3281억 규모 한전의 진도-제주간 공사 수주
유럽업체 독과점 텃세 딛고 첫 수주 의미
수입대체는 물론 세계 시장 진출 기반 닦아
LS전선이 미래 성장동력 산업인 해저케이블 사업 수주에 처음으로 선정돼 국산화의 문을 열였다.
LS전선(대표 구자열)은 5일 한국전력(사장 김쌍수)과 국내 최대 규모인 총 3281억원 규모의 전남 진도-제주간 해저 전력망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해저케이블은 대륙과 대륙, 육지와 섬 등과 같이 바다를 사이에 두고 격리된 두 지점 사이의 통신을 위해 해저에 부설되는 케이블이다. 바다 속에 설치되는 만큼 장기간 해저 환경을 견디면서, 끊기거나 부식 등의 재해에도 버티면서 육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거나 국가간 전력을 수출하는 데에도 이용 되는 등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지난해 기준 시장 규모는 12억달러 규모에 불과하지만 매년 30%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LS전선은 세계 4번째로 해저케이블 개발에 성공했지만 수주 실적이 없어 관련 공사에 입찰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 시장은 현재 프랑스의 넥상스, 이탈리아의 프리시미안, 스웨덴의 ABB 등 빅3가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관련 기술을 보유한 업체도 10개사에 불과하다. 유럽 3사는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 담합 등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이번 진도-제주 해저 전력망 사업도 넥상스와 일본의 JPS가 LS전선의 경쟁자로 참여했다. 하지만 이번 사업 수주로 LS전선은 유럽 업체의 벽을 딛고 해저케이블 사업을 본격화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한전은 LS전선의 제품이 각종 기술적 조건을 달성했고, 외국산 제품을 선정할 경우 의존도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LS전선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전은 LS전선과의 계약을 통해 당초 예산 3억1200만달러(약 4447억원) 대비 약 1200억원을 절약하는 성과를 거뒀다.
LS전선은 이번 수주로 5년간 7000억원으로 예상되는 해저케이블 수요를 국산으로 대체하는 효과는 물론 동북아 전력 연계 사업 및 세계 해저 전력망 사업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도 지난해 4월 강원도 동해시 동해앙 인근 송정산업단지 약 24만8000평방미터(약 7만5000평) 부지에 1300억원을 투자해 해저케이블 공장을 착공했으며, 오는 5월 준공과 함께 제품 양산에 들어간다. 진도-제주간 총연장 112km의 사업구간중 육지 구간 17km를 제외한 해저 105km 구간에 동해시 공장에서 생산된 해저케이블이 설치될 예정이다.
공사는 해저 구간에 양방향으로 각각 초고압 직류송전(HVDC, High Voltage Direct Current) 케이블 2가닥과 통신 케이블 1가닥을 묶은 각 1회선씩을 2개 회선으로 해저 3m 아래 바닥에 포설하는 방식이다. 현장 접속 없이 특수선박을 통해 설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오는 2011년 말경 준공되면 지난 10여년간 제주도 전력수요의 36%를 공급해 왔던 해남-제주간 직류연계설비의 용량 부족 문제가 해소되고, 제주도민에게 저렴한 전력이 공급될 전망이다.
LS전선 관계자는 “‘케이블의 꽃’이라 불리는 해저케이블을 국산화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