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제출한 8190억달러 규모 경기부양법안(차환자금 포함)이 28일(현지시간) 통과됐다.
표결결과는 찬성 244표 대 반대 188표였다. 미 의회 하원 의석분포는 민주당이 255석을 확보해 공화당의 178석에 여유있게 앞서있어 이날 표결 통과가 확실시됐었다.
이번 경기부양 법안의 세부규모는 감세안 2120억 달러와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지원 6040억 달러이며, 여기에 30억달러의 차환자금(transit funding)이 덧붙여져 총 8190억 달러 규모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이날 통과된 경기부양안은 당초 8250억달러 규모였으나 법안 검토과정에서 세부 조정을 통해 8190억달러로 수정됐다.
당초 민주당 측이 제시한 경기부양안은 개인당 500달러, 가구당 1000달러의 감세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과 100여개의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담고 있다.
이번 법안의 세부내용을 보면 ▲실업자 등에 대한 의료보험 혜택 확대 400억달러▲고속도로 등 인프라투자 300억달러 ▲학교 건물 건축 및 보수 지원 200억달러 ▲에너지 효율 및 재생에너지 개발 지원 185억달러 ▲ 빈곤층 푸드스탬프 지원에 200억달러 ▲ 학비 지원자금 180억달러 등이 포함됐다.
이날 오전 오바마 대통령은 "위기에 직면한 미국 경제의 회생을 위해선 무엇보다 신속한 행동이 중요하다"면서 "경기부양책이 하원 표결을 통과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법안은 공화당 측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공화당 존 보너 하원의원(오하이오주)은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 말했다.
이번 법안은 상원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상원에서도 일부 내용에 대해 수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상원 공화당 의원들과 일부 민주당의원들은 이번 경기부양안이 감세안보다는 재정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상황에 따라 이를 적절히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경기부양책에 대해 과연 침체한 미국 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인지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미 의회 예산국에 따르면 향후 2개년간 실질적으로 집행 가능한 규모는 64%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주된 요인은 경기부양안이 대부분 세부사항이 결여돼 있고, 당장 추진하려면 자금 집행계획안과 입찰공고, 계약체결 절차와 정부 규제 및 환경영향 평가 등의 일정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학교 건물 재개축 공사의 경우 학기중에는 진행할 수 없고 다리나 도로건설 등은 겨울철에는 공사를 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에 당장 추진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 집행 의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내용은 탁상행정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듯한 모양새다.
이와 함께 이번 경기부양법안의 내용 가운데 일부 사용처에 대해서는 과연 시급하게 자금을 투입할 필요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면 경기부양 자금중 2억달러는 워싱턴 DC의 내셔널 몰을 새로 단장하는 데 사용하도록 돼 있다. 내셔널 몰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행사가 진행된 곳이다. 또 연방조달청(GSA) 차량을 대체에너지 연료 차량으로 바꾸는 데 6억달러가 든다. 이와 함께 항공우주국(NASA)의 기후변화 연구 수행비로 4억달러가 책정돼 있다.
이와 함께 국무부 컴퓨터 시스템을 고치고 업데이트하는 데 2억7600만 달러,미군 기지내 어린이 보육센터 수리 비용이 3억6000만 달러, 농무부 산하에 있는 산림청의 노후화된 시설과 설비를 수리하는 데 6억5000만 달러가 사용될 예정이나 일부 공화당 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은 대규모 경기부양 자금이 과연 당장 시급한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를 활성화하고 기업가들에게서 투자와 고용창출 노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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