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시황이 바닥을 헤매고 있는 가운데 해운업계와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간에 '네탓 공방'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포문은 해운업계를 관장하는 국토해양부가 열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선주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2009년도 선주협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국토해양부 신평식 물류항만실장은 특히 선주협회를 겨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신 실장은 "협회가 위치에 걸맞는 역할에 적극 나서야한다"며 "해운 환경 변화와 관련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와 선주협회의 위상에 대해 재정립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업황 변동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협회를 겨냥하고 나선 것.
그는 "KMI와 선주협회가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이 올지에 대해 언급(notice)을 했었느냐"며 "그동안 시황과 동향분석 등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는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선주협회 측은 "국내외 모든 보고서를 보더라도 2010년까지는 해운 시황이 좋을 것이라는 예측 밖에 없었다"며 "급작스레 상황이 악화돼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현재의 시황을 미리 알지 못한 것이 협회만의 잘못은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신 실장의 공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정부의 지원도 뒤따를 테니 업계 스스로의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업계전체를 향한 일침을 가했다.
그동안 해운업계는 금융경색으로 인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선사들에 대해 정부 및 금융권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판단, 정부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러나 해운업계는 이러한 정부측의 발언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해운업 종사자는 "해양수산부에서 국토해양부로 주무 부처가 변경된 후 해운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현격히 줄어든 것이 사실 아니냐"며 "이미 기업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 없이 도대체 어떠한 자구 노력을 더 하라는 것인 지 알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2월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일부는 농림부와 통합돼 농수산식품부로, 일부는 국정홍보처 및 건설교통부와 통합돼 국토해양부로 개편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토해양부는 조선·건설 등의 사업에만 몰두, 해운업계에 큰 관심을 쏟고 있지 않다는 업계의 지적을 받아왔다.
해운업계와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 간의 이러한 네 탓 공방에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 해운선사들만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이러한 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 정부와 선주협회만의 잘못은 아니지만 이러한 대위기에 대해 아예 예측조차하지 못했다는 책임은 어느 정도 있다"며 "지금은 경제위기를 '네 탓'이라고 미루기보다 서로 힘을 합쳐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충고했다.
안혜신 기자 ahnhye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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