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와 고려대 양대 사립대가 대학가 경영대학 전쟁의 중심에 있다.
법대를 대신할 경영대학의 헤게모니 장악이 중요해진 가운데 서울대 마저도 내년 입시에선 수능을 2단계 전형에 반영키로 결정했기 때문. 그동안 내신보다 수능 성적이 높은 특목고 학생들이 서울대 대신에 연세대와 고려대를 지원하는 사례가 줄어들 전망이다. 그야말로 학생들의 최고 선호대학에 대한 진검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두 대학의 자존심을 건 신경전은 장학금과 광고문구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동안 대학가에서는 고려대는 법대, 연세대는 경영대가 우수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던 만큼 고려대의 행보가 더 공격적인 모습이다.
4년 전액장학금 혜택을 우선설발학생 전원으로 늘린 것도 고려대가 먼저였다. 연세대도 이에 질세라 하루만에 확대된 장학금 제도를 발표했다.
광고전은 연세대가 먼저 신경을 긁었다. 연세대는 '연세경영 NO.1'이라는 광고문구로 고려대를 자극했다. 이에 고려대는'고대 경영이 서울대보다 더 좋아요'라는 광고문구로 강력하게 대응했다.
연세대를 거론하지 않고 묘하게 무시하는 광고문구는 상아탑이라는 대학의 이미지 와는 거리가 먼 네거티브 광고기법이다. 여기에 자존심의 표현이라고 설명하긴 했지만 '서울대보다'라는 비교 카피 또한 일반기업들도 꺼려하는 직접 비교 방식이다.
하지만 두 대학은 이제 내실있는 학사운영 등으로 점잖은 경쟁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연세대 관계자는 "광고문구가 논란이 되긴 했지만 우리는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광고보다는 내실있는 대학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의 경우 연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 열세에 있는 경영대학 키우기 프로젝트가 수년째 진행중이다. 영어강의 확대와 경영대학관 신축 등은 중장기적 경영대 발전 전략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연세대는 경영대학의 특화교육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마련했다.
연세대는 '경영과 법', '기업과 법률' 등 경영학과 법학을 접목한 학과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기업의 법률 수요가 급증하면서 경영대 졸업생이 로스쿨 진학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같은 경영대학 경쟁에 동문들도 적극적인 지원으로 동참하고 있다.
고려대는 경영대학관인 '글로벌 50'의 공사비 230억원을 동문들의 모금을 통해 충당했고, 연세대도 새로 지을 경영대 건물의 공사비 중 270억원에 대한 기부약정을 받은 상태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연세대와 고려대의 경우 경영학과가 모은 발전 기금이 대학 전체 모금액의 3분에 2에 달하는 수준"이라며 "졸업생이 각 기업으로 진출하면서 대학의 기부금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에 대학 재단 입장에서도 경영대학의 위상강화는 반가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보경 기자 bk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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