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이석채 전 장관이 13년만에 돌아온다. 규제기관인 과거 정보통신부장관에서 규제를 받는 대상인 통신업체 KT사장으로의 변신이다.
14일 KT 임시 주총에서 후보 꼬리표를 떼고 정식으로 대표이사에 오를 이석채 신임 KT사장에 쏠리는 IT업계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2월 이명박정부 출범이후 '정보통신부 해체'가 상징하듯 IT업계는 추락을 거듭해왔다. 고난의 1년을 보내고 새해 벽두에 통신업체의 맏형격인 KT의 수장이 바뀌니 더욱 관심이 쏠리는 듯 하다.
시장은 '이석채 리더십'에 일단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석채 전 장관이 KT사장 단독 후보로 확정된 지난해 12월9일 KT주가는 3만3650원에서 지난 9일 3만8750원으로 뛰었다.
최근 한달간 KT 주가상승률은 15.16%로, 코스피 상승률인 6.79%의 두배를 넘어섰다. 한국 대표 통신업체에 대한 기대감이 이석채라는 막강 리더십과 맞물리며 묘한 시너지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이석채 신임 CEO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바로 '혁신의 묘(妙)'다. 3만6000여 임직원으로 구성된 거대조직 KT를 어떻게 개편하고 변화시켜 성공기업으로 거듭 나도록 만드는 것이 최대 과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성장 정체의 덫에 걸려 5년이상 연매출 12조원 벽을 넘지 못하고 헉헉대는 KT를 제대로 뛸 수 있도록 독려하는 조련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말 무려 40대 1의 경쟁을 뚫고 KT사장 단독 후보로 낙점된 그의 최대 강점은 시대의 흐름을 읽는 혜안과 추진력이다.
1996년 정통부 장관 시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때 이 전장관은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를 밀어붙이는 남다른 추진력을 선보였다. 당시로서는 선견지명이 돋보인 결단이었다.
그의 강력한 추진력은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키우는 데서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듯 싶다. 성장 정체에 빠진 유선시장에서 새로운 활로와 탈출구를 찾아내기 위해 그가 어떤 화두를 던질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IPTV(인터넷TV)나 와이브로(휴대인터넷) 등 신규 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해내는 '묘안'을 만들어내는 것도 그의 몫이다. IPTV는 콘텐츠 부재로 인해 미래 성장성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와이브로 또한 2년반 동안 가입자가 20만에 그칠 정도로 지지부진하다. 그가 서비스의 다변화를 통한 수익 창출 등 발상의 대전환을 강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재의 신사업 마케팅 등 기능별 조직을 개인ㆍ가구ㆍ기업고객 등 고객유형 기반의 조직으로 새롭게 탈바꿈시킨다는 이석채 CEO의 구상이 앞으로 KT조직에 어느 정도 활력을 불어넣을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창의와 역발상을 토대로 미래사회를 연구하는 KT미래사회연구센터 같은 싱크탱크가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별동대 기능을 해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임 사장은 성장 정체의 돌파구로서 KTF와의 합병에 가속페달을 밟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전임 남중수 사장의 오욕과 불명예를 훌훌 털어내고 '깨끗하고 투명한 KT'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도 선결과제의 하나다.
어딘가에 숨어있을지 모를 비리의 사슬에 대해 신임 사장이 메스를 가할 마음의 준비가 돼있는지도 묻고 싶다. 이석채 전 장관의 KT CEO선임이 민영기업 7년차인 KT의 공기업 회귀라는 그릇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한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항우는 진나라와의 전쟁에서 파부침주(破釜沈舟 : 밥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의 결연한 각오로 승리를 이끌어 냈다. "지는 싸움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이석채 신임 CEO의 '불패(不敗) 리더십'이 KT직원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최고의 실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동원 부국장 겸 정보과학부장 dw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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