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주식시장이 반등세를 지속하면서 우려했던 펀드런(펀드 대량환매)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히 1개월 사이에 수익률이 좋았던 펀드들 중심으로 자금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
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12월1일~1월6일까지) 코스피지수가 200포인트 오르는 동안 주식형펀드에서는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출됐다. 국내주식형펀드과 해외주식형펀드(ETF 제외)에서 각각 587억원, 1223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국내주식형펀드의 자금 이탈 하위 10개 순위를 살펴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들이 반이상 랭크된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에셋솔로몬주식에서 178억원의 자금이 이탈했고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 3CLASS-A,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 2(CLASS-A)에서 94억원씩 자금이 유출됐다.
미래에셋솔로몬주식의 경우 1년간 40%에 가까운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1개월간 수익률이 15%를 넘어서면서 수익률 회복이 두드러지자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 욕구를 부추기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교보파워인덱스파생상품'에서 한달간 538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가 환매 규모가 가장 컸다. 이 펀드는 최근 3개월간 손실률이 15%였지만 1개월간 20% 가까운 수익을 내면서 투자자들이 펀드 환매에 나서고 있다.
또, 홍콩 H지수가 한달간 1100포인트 오르는 동안 홍콩 H지수에 투자한 중국펀드와 중국이 포함된 브릭스펀드에서 수익률 회복 조짐이 나타나면서 환매가 크게 일어났다.
해외주식형펀드 자금 이탈 하위 10개를 살펴보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봉쥬르차이나주식 2종류A'에서 160억원 자금이 이탈해 가장 많은 환매가 이뤄졌다. 이 펀드의 1년 손실률은 46%나 됐지만 최근 1개월 사이에 10%의 플러스 수익을 내고 있다.
이어 슈로더브릭스주식형-자A-1와 슈로더차이나그로스주식종류-자(A)종류(A)에서 각각 132억원, 68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고 슈로더차이나그로스주식의 수익률은 1개월간 12%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주가 변동이 있더라도 증시에 충격을 줄 만큼 집중적인 환매나 펀드런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순영 대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펀드 대량 환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며 "2007년 2월과 4월, 주식시장 상승기인 이때 순수 국내 주식투자펀드에서 각각 2조7000억원과 2조8000억원이 빠져나간 사례를 보면 현재 자금 이탈 수준으로 펀드런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펀드 투자에 대한 인식이 본격화되지 않아 시장흐름에 과민하게 반응했었지만 최근 장기투자문화에 대한 투자자 인식이 예전에 비해 성숙되면서 펀드런 가능성은 낮아졌다"면서 "하지만 1400선이후의 펀드 환매 규모가 추가로 늘어날 수 있는 것도 염두에 둬야한다"고 덧붙였다.
구경민 기자 kkm@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