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강나훔기자
필리핀을 순방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3일 필리핀 더 마닐라호텔에서 화상으로 제3차 중동상황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업종별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정부가 중동 정세 급변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상정한 전면 점검에 착수했다. 특히 산업통상부는 기존 '긴급대책반'을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동상황 대응본부'로 격상했다. 비축유 방출 태세를 재확인하고, 원유·가스 수급 위기관리 체제로 즉각 전환하는 등 실물경제 전반에 대한 비상 대응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3일 오후 화상으로 '제3차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자원·에너지 수급과 무역·공급망·금융 및 업종별 영향을 종합 점검했다. 회의에는 외교부·기후부·해수부·금융위 등 관계부처와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코트라(중동본부)·에너지경제연구원,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 및 석유·화학·플랜트협회, 주미국·중국·일본·EU 상무관 등이 참석했다.
앞서 산업부는 사태 발생 당일인 지난달 28일 오후 7시 김 장관 주재로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고, 이튿날인 3월 1일에는 문신학 차관이 통상·무역·자원·안보 분야 영향을 재차 점검했다. 이날 3차 회의는 최근 중동 상황의 급박한 전개를 감안해, 필리핀 순방 중인 김 장관이 직접 화상으로 연결해 대응 상황을 재확인했다.
특히 산업부는 사태 발생 직후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긴급대책반'을 가동한 데 이어, 이날부로 대응 조직을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동상황 대응본부'로 격상했다. 원유·가스 수급 위기관리 체제에 즉각 돌입해 상황 전개에 따라 단계별 조치를 신속히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선 호르무즈 해협이 실질적으로 봉쇄될 경우를 가정한 컨틴전시 플랜을 집중 점검했다. 산업부는 유조선 통항 상황과 주요 운항 일정의 진행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운항 일정 조정 등 대안을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석유 수급과 관련해 정부는 현재 충분한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통과 유조선 상황, 보험·운임 등 운송 여건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중동 외 대체선 확보 방안도 점검 중이다.
김 장관은 업계에 중동 외 물량 도입 등 추가 확보 노력을 당부하면서, 사태 장기화로 민간 원유 재고가 일정 수준 이하로 감소해 수급 위기가 가시화될 경우 산업부 자체 상황판단회의를 거쳐 비축유 방출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여수·거제 등 전국 9개 비축기지에 저장된 석유를 즉시 국내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아울러 1차 회의 당시 석유공사에 지시한 해외 생산분 도입, 공동비축 우선구매권 행사, 비축유 방출 태세 점검 등 비상 매뉴얼상 조치도 상황 발생 시 즉각 발동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가스 수급의 경우 국내 도입 물량의 80% 이상이 비중동산이며, 상당한 비축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카타르산 물량이 전면 중단되더라도 상당 기간 대응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동남아·호주·북미 등 대체 공급선 확보를 병행하기로 했다.
해상물류는 현재까지 큰 차질은 없는 상황이다.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이 2023년 홍해 사태 이후 수에즈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 운항을 지속하고 있어 이번 사태의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인접 중동 7개국 수출 비중이 50% 이상인 1063개 기업을 대상으로 근접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긴급 수출바우처 편성 및 유동성 지원 등 선제적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산업 공급망 영향도 현재로서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반도체 측정·검사기기, 브롬·헬륨 등 14개 품목의 중동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검사부품·장비는 미국 등에서 대체 수입이 가능하고, 일부 정밀화학제품도 국내 생산·재고 활용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수입 납사의 경우 호르무즈 이용 비중이 54%에 달해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수급 우려가 있는 만큼, 수출 물량의 국내 전환과 대체 공급망 확보를 추진할 방침이다.
플랜트 분야에서는 현재 우리 기업 건설 현장의 직접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사우디·UAE·카타르 진출 기업과 긴밀히 소통하며 현장 안전과 공급망 애로를 지속 점검할 계획이다.
전력 수급 역시 당장 직접적 영향은 없지만, 한전과 발전공기업이 유가 급등 및 LNG 도입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산업부와 기후부 간 협조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김 장관은 회의에서 "중동 상황 장기화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자원·에너지 수급과 수출기업 지원에 빈틈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