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기자
개정 상법 시행 전 마지막으로 열리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업들의 '꼼수'가 난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관 변경, 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의 건 등을 둘러싼 일반 주주와 회사 측의 표 대결이 나오면서 향후 한국 기업 거버넌스 재편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3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서울 여의도에서 '개정 상법으로 달라질 주주총회, 기업의 우회전략 vs 일반주주의 대응 전략' 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올해 정기 주총 결과가 회사별로 향후 일반 주주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가늠케 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상법이 대대적으로 개정되면서 합산 '3% 룰' 확대 및 독립이사 제도(7월 23일), 집중투표제 의무화 및 감사위원 선임 시 분리 선출 확대(9월 10일) 등이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구 변호사는 "자사주 소각 의무 등을 피하기 위해 자사주 보유 및 처분 관련 예외 조항을 마련하기 위해 정관 개정을 시도할 것"이라며 "감사위원회 수를 3인 초과로 만들어 분리 선출 감사위원 2인이 있어도 과반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한편, 집중투표제를 막기 위해 감사위원 간 임기를 서로 달리하면서 한 번에 선임되는 위원의 수를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막기 위해 일반 주주들은 주총 안건이 개정 상법 취지에 맞는지 판단하고, 사전에 주주제안을 하거나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등의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사 보수 한도 안건도 중요 쟁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이사 보수 한도 상향은 대주주 측의 합법적인 사익 추구 수단이었다. 이사 보수 비용을 높이면서 배당 등 주주환원을 줄이면 주가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결국 상속·증여 시 자산 평가액을 낮추는 효과까지 얻으며 높은 보수와 함께 이중의 이익을 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남양유업 상근 감사를 지냈던 심혜섭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한국앤컴퍼니, 남양유업 등에서 이사인 오너가 스스로 보수 한도를 높이는 셀프 의결도 있는 등 잡음이 많았다"며 "이마트나 태광그룹처럼 오너가 미등기 이사로 있으면서 이사의 보수 한도 결의를 피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남양유업의 경우 지배주주 1인(홍원식 전 회장)의 보수가 전체 주주 배당금 총액의 2배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개정 상법과 제도 아래에서 주주들의 적극적인 제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변호사는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연봉의 몇 배 내에서는 면책된다는 조항을 둔 기업도 꽤 있었는데, 주주들이 이런 것들을 삭제하자고 제안을 하는 등 방법을 강구하며 대화를 늘려야 한다"며 "판례의 기준은 한계가 많고, 주주 충실 의무 시행 이후 주주 간 이해 상충 상황에서 소액 주주, 이해관계가 없는 주주도 결정할 수 있도록 입법으로 정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회사(지배주주) 측에서 개정 상법 발효 전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의안을 발의하는 주총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고, 그에 맞서 일반주주와 기관 투자자들이 결집해 곳곳에서 표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주총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개정 상법으로 달라질 주주총회, 기업의 우회전략 vs 일반주주의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