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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왕복 4시간 시내 병원행, '5분 화상 진료'로 끝[비대면진료의 미래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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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화상진료 현장 가보니…예약·처방·약 수령까지 한번에
해수부 '섬닥터' 사업, 작년 한 해 190여개 섬 2000명 진료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의정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 거대한 변화 앞에서 비대면진료가 바꿀 대한민국 의료 현장의 실태를 살펴보고, 진정한 혁신으로 나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집중 분석했다.
[르포]왕복 4시간 시내 병원행, '5분 화상 진료'로 끝[비대면진료의 미래①] 지난달 15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 용전경로당에서 노소남씨가 방문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이승현내과의원 원장에게 비대면진료를 받고 있다. 이전까지 노씨는 2주에 한번씩 고혈압 약을 처방받기 위해 왕복 4시간이 걸리는 남원시내 의원을 직접 방문해야 했다. 남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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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타러 보름에 한 번씩은 큰맘 묵고 시내 병원까지 나갔지. 버스라도 한번 놓쳐불면 하루 죙일 허탕치는 거고…. 근데 인자는 한겨울에도 집앞에서 진찰받고 약까지 갖다준대니까 얼매나 좋은지 몰라."


지난달 15일 전북 남원시 용전경로당. 노소남씨(77·여)가 상기된 표정으로 태블릿 PC를 마주하고 앉자 화면 속에 남원시 금동에 위치한 내과의원의 이승현 원장이 연결됐다. 노씨는 어색한 듯 손 인사를 하고 먼저 주민등록증을 내보였다. 신분 확인을 마친 이 원장은 "약 잘 드시고 계시죠? 요즘 몸 상태는 어떠세요?"라고 물었고, 별다른 불편한 점은 없다는 노씨의 대답에 "작년 9월에 피검사를 했으니 조만간 다시 한번 검사받으러 병원에 나오세요"라며 2주치 약 처방을 냈다. 남원시 소속 '경로당 방문간호사'가 다음날 오전 시내 약국에서 약을 대리 수령한 뒤 노씨에게 전달했다.


5년째 고혈압 약을 먹고 있는 노씨의 집은 남원에서도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은 금지면. 의원이 있는 시내까지 버스를 타면 왕복 네 시간이 걸리는데, 그나마도 하루에 단 세 대뿐인 버스를 타기 위해선 정류장까지 2.5㎞를 걸어 나가야 한다. 하지만 비대면진료를 이용하게 된 후론 직접 진료받으러 나가는 횟수가 크게 줄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말 비대면진료 시행을 앞두고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이들은 노씨처럼 평소 의료기관 접근성이 낮은 읍·면 지역에 살면서 주기적으로 약 처방이 필요한 만성질환자들이다. 나이가 많아 거동이 불편한데도 그동안엔 질환을 관리하고 약을 처방받기 위해 직접 병·의원을 찾아가야 했지만, 비대면진료를 이용하면 먼 길을 나서지 않고도 의사를 만나고 편리하게 약을 처방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각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 중인 여러 비대면진료 서비스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 남원시의 '어르신 행복공간 스마트 경로당 구축 사업'이다.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스마트빌리지 보급·확산' 공모에 선정된 뒤 2024년 설계, 2025년 정책 구축 과정을 거쳐 지난해 11월 본격적인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최근엔 다른 지자체들도 이 사업의 운영 노하우를 배우고 현장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남원시를 찾고 있다. 지금과 같은 문진 위주의 비대면진료 환경을 갖추는 것 자체는 기술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지만 주 이용자인 고령층이 스스로 디지털기기를 활용하기엔 여전히 문턱이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남원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노인이 많은 점을 고려해 관내 16개 거점 경로당에 태블릿 PC를 설치하고 전문인력을 투입했다. 간호사 1명과 간호조무사 2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이 매일 거점 경로당을 돌며 혈압 등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고 비대면진료 과정을 돕고 있다. 이들은 어르신들이 화상진료 중 당황하지 않도록 곁을 지키고, 기기 조작을 도와준다. 비대면진료 후 처방 약 수령과 전달도 방문간호사가 대신한다. 진료가 끝나면 처방전은 웹팩스를 통해 시내 약국으로 즉시 전송되고, 방문간호사가 약을 대리 수령한 뒤 환자 본인에게 가져다준다.


현재 총 23명의 관내 어르신이 비대면진료를 받고 있고, 남원 시내 의원 7곳과 약국 22곳이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남원시 관계자는 "비대면진료가 읍·면 지역의 고령층 보건·건강관리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병원 전자의무기록(EMR)에 연동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참여 병원과 약국을 늘리기 위해 계속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르포]왕복 4시간 시내 병원행, '5분 화상 진료'로 끝[비대면진료의 미래①] 지난해 11월 경남 통영시 욕지도의 주민들이 '비대면 섬 닥터' 사업을 통해 마련된 비대면진료를 받고 있다. 해양수산부.

비대면진료는 내륙의 의료 취약지뿐 아니라 먼바다 섬마을까지 널리 확산되고 있다. 생업에 종사 중인 섬 지역 거주자의 경우 한번 육지에 나오려면 비용도, 시간도 많이 들다 보니 진료를 미루다 병을 키우거나 치료 시기를 놓치기 일쑤였다.


해양수산부는 2024년부터 보건소가 없는 유인도서 거주 어업인에게 원격진료를 제공하는 '비대면 섬 닥터' 사업을 시행 중이다. 전국 464개 유인도서 중 현재 보건소가 없는 섬은 약 200개. 해수부는 비대면진료 플랫폼기업 '나만의닥터'와 함께 섬·어촌 지역 여건에 맞게 구성한 별도의 플랫폼을 구축했다.


어업인이 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진료를 예약하면 실시간 진료는 물론 약 처방과 배송, 병원 예약까지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다. 진료를 원하는 주민이 마을회관 등에 마련된 대형 TV 모니터 등을 통해 의사와 만나고 처방을 받으면 약은 우체국 택배를 통해 집까지 배송된다. 작년 3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약 10개월간 전국 191개 섬에서 총 1947명이 비대면진료를 받았다.


전남 순천의 정회정외과 원장은 "섬 지역 거주자들이 대체로 고령이다 보니 당뇨,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 관리, 육체노동으로 인한 척추나 무릎관절의 통증을 완화하는 처방에선 비대면진료가 매우 큰 장점을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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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비대면진료의 특성상 진료에 한계가 있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손으로 직접 만져보거나(촉진), 검진 장비를 이용해야 하는 검사, 치과나 안과 등의 전문진료는 불가하다 보니 환자에게 대면진료를 안내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 원장은 "최근에도 섬에 거주하는 고령의 남성 환자가 빈뇨, 급박뇨, 아랫배 통증 등을 호소해 전립선비대증으로 진단하고 약 처방을 했다"며 "이 경우 약 3주 후에도 증상이 계속되면 반드시 육지 병원을 찾아 피검사와 초음파 등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한다"고 전했다.


[르포]왕복 4시간 시내 병원행, '5분 화상 진료'로 끝[비대면진료의 미래①]



남원=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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