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민기자
이기민기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8년 만에 사법 리스크를 털어냈다. 2018년부터 시작된 '채용 비리' 혐의 일부가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되면서다. 성차별 채용 혐의에는 벌금형이 확정됐으나 경영권 박탈 사유인 '금고 이상의 형'을 피했다. 지난 2024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관련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데 이어 이번 판결까지 사법 족쇄를 벗어내며 하나금융 지배구조도 한층 안정화될 전망이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9일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함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 중 업무방해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상고를 기각해 벌금형 유죄를 확정했다.
함 회장은 은행장으로 있던 2015년 신입사원 공개채용 당시 특정인의 자녀와 관련해 인사팀장에게 "잘 부탁한다"는 취지로 말한 혐의(업무 방해)와 2016년 공채에서 남녀 비율을 4대 1로 미리 정해두고 남성 지원자 위주로 선발하도록 지시해 여성 지원자를 차별한 혐의(남녀고용평등법 위반)로 2018년 기소됐다.
2022년 3월 1심에서는 전부 무죄를 받았으나, 이듬해 2심에서는 일부 유죄로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을 뒤집은 이번 대법원 판결로 함 회장은 그간의 사법 리스크를 모두 털어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나 집행유예가 확정됐을 경우에만 임원 자격이 상실된다. 업무방해 혐의는 파기 환송됐지만 무죄 취지로 결론이 났고, 남녀고용평등법 혐의는 유죄가 확정됐지만 벌금형에 그쳐 회장직 유지에 법적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금융권에서는 함 회장이 경영 현안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기간 그룹을 이끌어 온 함 회장은 이번에 경영 공백 우려까지 벗어 던지며 남은 임기 동안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영 활동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판을 바꾸는 혁신'을 강조하며 ▲은행 및 비은행 혁신 ▲AI를 통한 금융 대전환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 등 비전을 밝혔다.
하나금융은 판결 이후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의 공명정대한 판결에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을 계기로 향후 안정적인 지배구조 속에서 더 낮은 자세와 겸손한 마음으로 어렵고 힘든 금융소외계층을 세심하게 살피겠다"며 "국가미래성장과 민생안정 지원을 위한 생산적 금융 공급, 포용금융 확대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이익 창출을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환원을 더욱 증대하며, 금융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1956년생인 함 회장은 상고 출신 은행원에서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충남 부여 출신으로, 강경상고를 졸업하고 1980년 고졸 행원으로 하나은행 전신인 서울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영업성과와 친화력, 두터운 신망 등을 인정받아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후 초대 은행장을 맡았다.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을 거쳐 2022년부터는 하나금융 회장으로서 조직을 이끌고 있다. 임기는 2028년 3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