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기자
미국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사전 단계로 해석되는 이른바 '레이트 체크(rate check)'에 나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금주 달러·엔 환율이 약세 흐름을 보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26일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53엔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지난 23일 159엔대였던 환율이 불과 사흘 만에 6엔가량 낮아진 셈이다. 환율의 하락은 곧 엔화 강세이자, 달러 약세를 의미한다.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은 1.1907달러까지 치솟아 달러화 가치가 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기도 했다. 달러는 영국 파운드화 대비로도 약세를 보였다.
이런 달러·엔 환율 하락은 양국 정부의 환율 개입 조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3일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이 주요 은행들에 엔·달러 환율에 대한 레이트 체크를 실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레이트 체크는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에 환율 수준을 문의하는 절차다. 시장에선 당국이 필요시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양국 정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시인하지 않고 있지만, 이번 환율 개입이 달러 약세를 원하는 미국과 엔화 강세를 원하는 일본이 공조한 결과라고 외신들은 공통으로 진단했다. 특히 일본은행(BOJ) 단독으로 이뤄진 일이 아니라 뉴욕 연은이 개입했다는 점에서 양국이 공조했다는 추측이 힘을 얻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전일 공동 개입 가능성에 대해 "현 단계에서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엔화의 급격한 약세를 경계해왔다. 2024년에도 급격한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자국 통화를 매수한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 통화 움직임에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슈퍼 엔저에 대해 구두 개입하기도 했다. 17년 만에 정책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섰음에도 엔저가 지속되는 배경에 투기적 움직임이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강한 경고성 발언이었다. 사쓰키 재무상은 최근에도 엔화 급락에 대한 우려를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 공유한 것으로 WSJ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단독 조치가 아닌 양국 공조가 이뤄진 배경에는 미국 금리 상승을 막으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가 반영됐다고 닛케이신문은 짚었다. 지난주 일본에선 소비세 인하 논의가 부상하며 재정 악화 우려가 커졌는데, 이는 일본 국채 금리 급등과 미국 장기채 금리 상승을 연쇄적으로 유도했다. 만약 일본이 단독으로 시장 개입 시 보유한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과정에서 미 국채 시장의 출렁임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선 셈이다.
실제로 미국 장기금리 상승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으로 연결될 수 있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치 리스크로 꼽힌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20일 일본의 장기금리 상승이 미국 장기금리를 약 0.5%포인트 끌어올렸다는 인식을 공개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개입 이후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공매도 세력들도 포지션 청산에 나선 것으로 관측됐다. 배녹번 캐피털 마켓의 마크 챈들러는 닛케이신문에 "시장에선 미국이 달러 약세 정책에 베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미국이 추가로 견제를 강화할 경우 달러 약세가 더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