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의 국방정책 기조를 담은 최신 미 국방전략(NDS)에 동맹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을 의미하는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언급이 빠져 주목된다. 그동안 미국이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확장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와 정반대 행보다.
방한 중인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전쟁부) 정책담당 차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연구소에서 초청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주한미군사령부. 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시간) 공개된 NDS에 따르면 동맹국에 재래식 억지력뿐 아니라, 미국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억지력을 제공한다는 의미인 '확장억제'는 적시되지 않았다. 대신 NDS는 남북 아메리카 대륙, 그린란드를 포함하는 서반구를 사실상의 '본토'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는 '돈로 독트린'을 표방했다. 트럼프가 제안한 차세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골든돔', 마약 테러리스트 대응, 첨단 드론을 통한 미 영공 방어 등이 본토 방어를 위한 핵심 요소로 제시됐다.
미국의 핵무력 운용과 관련, "우리는 우리나라에 대한 전략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견고하고 현대적인 핵 억지력을 유지할 것"이라고만 했다. 전반적으로 미국이 가진 핵무기를 어떻게 사용할 것이며, 어떤 식으로 현대화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이 과거와 비교해 줄어든 상황에서 동맹국 방어를 위한 확장억제 언급이 빠진 것이다.
확장억제는 동맹국에 대해서도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 억제력을 제공하겠다는 미국의 공약이다. 핵우산 개념에 재래식 무기, 미사일 방어 등을 더해 잠재적 적국이 동맹국을 핵 공격하면 미국이 모든 역량을 동원해 보복하겠다고 천명해 공격을 억지한다. 미국은 1978년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을 명문화했고,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확장억제를 약속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2년에 나온 직전 NDS에도 "국방부는 미국 본토와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지하는 우리의 동맹 및 파트너들에 대한 공격을 억지하기 위한 궁극적 방어벽인 핵무기를 계속 현대화할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확장억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폐기한 것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 합의 내용을 담아 작년 11월 나온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는 "미국은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능력을 활용하여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문안이 들어갔다.
또 같은 달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도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핵을 포함한 미국의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하여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굳건한 공약을 재강조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달에는 한미 간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회의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기도 했다. 한미 간 합의문과 협의 상황은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이 미국의 정부 정책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이번 NDS와 지난달 나온 NSS 모두 서반구(아메리카 대륙과 그 주변) 장악력 강화 기조 및 동맹국의 부담 강화 등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이 보고 싶어 하고, 말하고 싶어 하는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 관련 내용 중심으로 기술되면서, 미국의 '부담 요소'에 해당하는 확장억제 공약은 빠지게 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제기된다.
그런 정치적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굳이 최상위 국방전략 문서에 확장억제 공약을 명기하지 않은 것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과 미국의 적성 국가들에 주는 메시지 측면에서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동맹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본토가 적성국의 핵 공격을 당할 우려를 감내해가면서까지 핵우산 공약을 실행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면 그것은 결국 핵무기 비확산 측면에서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발 핵우산에 대한 불안감은 결국 자체 핵무장에 대한 욕구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NDS는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대해 "미국에 유리하면서도 중국이 받아들이고 공존할 수 있는 괜찮은 평화(decent peace)"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대치하는 것이 아니라 힘을 통해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억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격해 봐야 소용이 없다'는 판단이 들게 하는 '거부에 의한 억제(deterrence by denial)'를 추구한다. 상대의 공격을 허용하지 않고 거부한다는 뜻이다.
트럼프가 평소 강조해 온 '힘을 통한 평화'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제1도련선(일본 규슈 남단부터 대만·필리핀까지로 설정된 1차 방어선)을 따라 "강력한 거부적 방어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추후 주일미군사령부 위상 강화, 주한미군의 유연성 확대와 같은 인·태 지역 미군 자원의 태세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