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민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예상보다 성장세가 둔화(-0.3%)했지만 역성장 또는 저성장 기조를 올해까지 이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특히 지난해 성장률을 끌어내린 건설투자의 제약 정도가 올해는 상당 폭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예산이 늘면서 정부 투자 기여도도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동원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장(왼쪽에서 두번째)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5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이현영 지출국민소득팀장, 이동원 국장, 박창현 국민소득총괄팀장, 이예지 국민소득총괄팀 과장. 한은 제공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22일 '2025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 기자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3%'를 기록했고, 연간 기준으로는 1.0%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3분기 1.3% 깜짝 성장한 후 한 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 국장은 "이를 두고 2024년 1분기 깜짝 성장 이후 거의 성장을 하지 못했던 상황이 올해도 일어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을 텐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성장세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는 것은 민간소비와 재화 수출인데 이 두 가지 모두 지난해에 이어 증가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예산도 올해 3.5% 증가해 정부의 성장률 기여도를 조금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해 성장을 크게 제약한 건설 역시 제약 정도가 상당 폭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건설투자가 중립적인 수준까지 돌아온다면 성장률을 더 높일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와 지난해 연간 성장률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알려달라
▲지난해 4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은 -0.28%다. 연간은 0.97%다.
-지난해 성장률 중 미국 관세와 반도체 수출, 소비쿠폰이 각각 어떻게 영향을 미쳤나
▲효과를 정확히 나눌 순 없는데 전망치가 2024년 11월 1.5%에서 지난해 2월 0.8%까지 떨어진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관세가 작용을 했을 거다. 이후 11월 1.0%까지 오른 것은 정책효과가 반영됐을 텐데 소비쿠폰 효과 등은 추후 조사국에서 분석해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에 반도체가 얼마만큼 기여했나
▲이현영 지출국민소득팀장 / 지난해 성장률 중 반도체 수출의 기여도는 0.9%포인트다. 다만 그럼 반도체가 없었으면 우리 경제가 연간 0.1% 성장한 것인가, 그건 아니다. 반도체 수출을 하려면 반도체를 만들어야 하고 이 중 40%는 원재료를 수입해야 한다. 반도체 생산을 안 했다면 수입도 없었을 거고, 그러면 수입 면에서의 차감 효과도 없어져 또 올라갔을 거다. 경제는 유기적으로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단순하게 0.1%만 성장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연간으로도 4분기에도 건설투자가 예상보다 좋지 않았던 이유가 뭔가
▲건설투자는 지난해 3분기에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전기대비 플러스 전환했다. 그 부분이 4분기에도 이어지면서 부진 완화 속도가 빨라지지 않을까 봤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건설부문이 어려운 배경은 공사비가 계속 높은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익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민간의 건물건설은 재건축 등 수주가 쌓여있는데 착공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약해졌다. 그 이유는 공사비가 워낙 높다 보니까 건설사는 수익성을 담보해야 하고, 발주자인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증액 협상이 지속되는 영향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부진 완화 속도가 예상보다 따라오질 못했다.
-올해는 건설투자 제약 정도가 개선될 것으로 봤는데 그 근거가 뭔가
▲올해 SOC 예산이 전년 대비 1조7000억원 늘었고, 반도체 공장도 증설되고 AI 투자도 확대되고 있는 것은 상방 요인이다. 예산은 정부에서 상반기에 집행을 집중하려고 하는 것으로 안다. R&D 예산도 늘었다. 다만 부진이 상당 폭 완화돼도 큰 폭 플러스는 쉽지 않다. 구조적 요인도 있고 지방 부동산도 안 좋아 제약조건이 있다. 큰 폭 플러스는 아니고 상당 폭 중립 수준 가까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해 4분기 수출 기여도가 전기 대비 1.0%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얼마만의 최저치인가
▲이현영 / 수출 최저치는 2022년 4분기 -1.4%포인트가 있었고, 그 이후로 최저치다.
-올해 성장률에서 정부 기여도가 높아진다면 올해 성장률은 정부가 드라이브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는가
▲정부 예산이 늘어서 기여도가 높아질 거라 말씀드린 건 맞는데 연간 성장률 1% 후반대로 본다면 정부 기여가 있겠으나 주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기저효과인가
▲4분기 수출은 크게 3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4분기 전까지는 반도체 수출에 있어서 물량이 주도하던 상황이었으나 4분기부터는 가격상승이 주도를 하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이 과거에는 선투자해서 호황을 준비했던 선행적 전략을 세웠다면 지금은 동행에 가까워서 공급능력이 굉장히 부족하다. 초과수요 상태에 공급은 안 되니까 가격은 당연히 뛰는 거고. 2~3분기 높은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에 그간 물량이 주도했던 반도체 수출이 가격 쪽으로 바뀐 부분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자동차 수출은 미국 현지생산 비중이 높아지는 전략을 세우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에서 미국으로의 직접 수출은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또 미국은 지난해 9월 말에 전기차 세액공제 기간이 종료돼 전체적으로 전기차 소비가 줄었다. 국내 기업이 3분기에는 미국을 피해서 유럽 쪽에 수출도 많이 했는데 4분기에는 중국이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며 경쟁이 심화한 것도 있다. 셋째, 기계장비의 가장 큰 수입국이 미국인데 미국의 수요 부진과 관세 영향으로 기계장비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4분기에도 증가세를 유지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4분기에 전기대비 0.3% 늘었다. 전망에 부합한 수준이긴 하나 플러스를 유지했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본다.
-민간소비가 플러스 된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했는데 내구재 소비는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견조한 회복으로 보는 게 맞나
▲승용차 소비가 줄었는데 이는 전기차 보조금이 소진된 영향이다. 다만 재화 중 준내구재와 비내구재는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재화 중에서는 식료품 같은 비내구재 비중이 큰데 이 부분은 지난해 4분기에 좋아졌다. 승용차도 올해 다시 보조금이 개시돼 수요 이연 효과로 본다. 기저적 부진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소비는 4분기 정책 효과가 많이 줄어든 상황 속에서 플러스 증가를 했기 때문에 올해 1분기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