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수만 명 희생되는데…휴양지 클럽서 파티하는 이란 특권층

튀르키에 휴양지 '반'에 부유층 이란인 몰려
"정권으로부터 혜택 받은 사람들"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으로 최소 수천 명이 숨진 가운데 일부 부유한 이란 특권층 인사들이 고국을 떠나 인접국 튀르키예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민 희생이 이어지는 상황과 대조적인 이들의 행태가 이란 사회 내부의 극심한 격차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란 테헤란 외곽 법의학 시설인 카흐리자크 법의학센터 마당에 쌓인 시신 가방들. AP연합뉴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8일(현지시간) 이란에서 2주 넘게 시위와 유혈 진압이 계속되는 동안, 이란 국경과 가까운 튀르키예 동부 휴양도시 '반'에서 이란의 부유층과 엘리트 계층 인사들이 술을 마시고 모임과 파티를 하러 모여든 것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에 거주하는 취재원들은 부유한 이란인들이 최근 정치적 불안을 피해 반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일부는 현 이슬람 정권을 지지하는 이들이라고 전했다. 한 이란인은 이들에 대해 "정권으로부터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라며 "이란에 머무는 것이 걱정됐기 때문에 당분간 떠난 것이다. 이란에서 벌어들인 돈을 이곳에서 쓰기 위해 온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반은 이란인 방문객이 많은 도시로, 시내 곳곳에는 이란인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상점과 카페가 들어서 있다. 음식점 메뉴판에는 파르시어가 적혀 있고, 페르시아식 요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의 클럽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데는 입장료와 술, 물담배 등을 포함해 한국 돈으로 약 11만원 수준의 비용이 드는데, 이는 이란 평균 월급에 맞먹는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튀르키예-이란 국경 출입국사무소. 로이터 연합뉴스

튀르키예에서 클럽을 드나드는 이란인들은 최근의 시위 상황에 대해서도 시위 참가자들이 전하는 상황과는 다른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전역에서 인터넷 접속과 국제전화가 차단된 가운데서도, 튀르키예에 머무는 한 여성은 사흘 전 친인척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매체는 전했다.

반면 이란 내부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현재까지 시위와 관련한 사망자가 3090명에 이르며, 체포된 인원도 2만2000명을 넘는다고 밝혔다. 다른 인권단체들은 실제 피해 규모가 이보다 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으로 사망자가 최대 1만8000명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영국 더타임스의 주말판 선데이타임스는 현지 의료진 보고서를 토대로 사망자가 약 1만6500명에서 1만8000명, 부상자는 33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란 시위는 화폐가치 폭락 등 경제난을 계기로 시작됐으며, 정부의 강경 대응 속에 수주째 이어지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일부 부유층 이란인들이 국외에서 자유롭게 소비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이란 사회의 깊은 사회·경제적 격차를 보여준다며, 이러한 불만이 시위의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 당국이 잔혹한 진압으로 반대를 억눌렀지만, 경제적 불만이 해소되지 않는 한 시위가 재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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