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주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병합에 야욕을 드러내자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17일(현지시간) 그린란드와 덴마크 본토 곳곳에서 동시에 열렸다.
17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규탄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트럼프의 정치 구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비튼 '미국 물러가라(Make America Go Away)'라는 문구를 새긴 야구모자를 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열린 시위에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총리를 비롯한 수천 명이 참가해 그린란드 국기를 들고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항의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야욕을 본격 드러낸 뒤 그린란드에서 처음 열린 대규모 시위다.
집회 참가자들은 강추위 속 가랑비에도 미국 영사관을 향해 행진하면서 그린란드어로 그린란드를 뜻하는 '칼랄리트 누나트'를 외치고 원주민인 이누이트족 전통 노래를 불렀다.
닐센 총리가 이끄는 시위대는 '양키는 집으로 가라(Go Home)', 'NO는 NO를 의미한다', '그린란드는 이미 위대하다' 같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이 같은 조직적인 시위는 인구 2만명이 채 안 되는 누크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시위 조직을 도운 누크 주민 크리스티안 요한센은 NYT에 "지금 사람들 내면에 큰 불안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발언이 나올 때마다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고 했다.
17일(현지시간)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열린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규탄 시위. AP연합뉴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도 시청 앞 광장에 수천 명이 모여 '그린란드에서 손 떼라'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덴마크와 그린란드 국기를 흔들었다. 이들도 '칼랄리트 누나트', '그린란드는 판매 대상이 아니다' 등 구호를 외치며 미국 대사관까지 행진했다.
일부 참가자는 트럼프의 정치 구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비틀어 '미국 물러가라(Make America Go Away)'라는 문구를 새긴 야구모자를 썼다. '미국은 이미 ICE가 너무 많다'라고 쓴 팻말도 등장했다. 최근 미국에서 지탄받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체류자 단속과 동토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의 집착을 동시에 꼬집은 말이다.
집회는 오르후스·올보르·오덴세 등 덴마크 다른 도시에서도 동시에 열렸다. 덴마크 지지 방문 중인 미국 여야 의원들은 집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한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일부고 덴마크는 우리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이라며 "이 논의는 여기서 끝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17일(현지시간)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열린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규탄 시위.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린란드를 차지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누크에서 시위가 열리는 동안 그린란드 합동 군사훈련에 병력을 보낸 유럽 8개국에 다음 달 1일부터 10%, 오는 6월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2~13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 설문에서 그린란드 병합 시도에 찬성하는 미국인은 17%에 그쳤다. 군사력을 동원한 그린란드 점령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4%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여론조사가 '가짜'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