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 피해' 경북 산불 실화자 2명, 징역형 집행유예

조부모 묘 나무 태우다 산불로 번져
사망 27명 등 사상자 67명 발생
法 "인명 피해 증명할 인과관계 부족"

지난해 3월 역대 최악의 피해가 발생한 '경북 산불'을 낸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2명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대구지법 의성지원 형사1단독(문혁 판사)은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묘객 신모씨(55)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신씨는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받았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과수원 임차인 정모씨(63)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정씨도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 120시간을 함께 명령받았다.

지난해 3월25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에 강풍에 날아온 산불 불씨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모습. 연합뉴스

신씨는 지난해 3월 22일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서 조부모 묘에 자라난 어린나무를 태우려고 나무에 불을 붙였다가 대형 산불로 번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는 같은 날 의성군 안계면 용기리 한 과수원에서 영농 부산물을 태우다가 대형 산불로 확산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형벌의 예방적 관점 상 피고인들에게 엄벌을 취하여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 정도가 매우 중대하다 하더라도 당시 극도로 건조한 상황이었으며, 다른 산불과의 결합 등의 사정을 피고인들이 사전에 예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망과 부상 등 인명 피해를 피고인들의 행위와 연관을 지으려면, 상당한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어야 하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명확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모든 행위를 피고인들의 책임으로 묻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 많이 고민하며 유사한 전례 사건을 다수 검토했다. 고의가 아닌 과실로 산불이 났을 경우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극히 적다"며 "피고인들이 예견하기 어려웠던 자연적·외부적 결과가 이번 사건에 기여됐고, 다른 유사 사건들과의 형평을 도외시한 채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실화로 지난해 3월22일 경북 의성군에서는 안계면과 안평면 두 지점에서 동시에 산불이 발화했다. 불은 강풍을 타고 인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4개 시·군으로 번졌고, 149시간 만에야 주불을 잡을 수 있었다. 이 산불로 의성과 안동 등 5개 시·군에서 사망 27명, 부상 40명 등 6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피해 면적은 역대 최대인 9만9289㏊로 집계됐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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