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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수효과 없는 메모리 독주…장비업계 저가수주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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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낙수효과 제한적, 업계 양극화
고객사 투자, 실적 회복 기다리는 장비
세트·부품업계, 수익성 방어 '비상'

국내 반도체 소재 업체 A사는 최근 고민이 깊어졌다. 고객사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제조사의 요청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물량 확보를 마쳤지만 실제 발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등이 메모리 설비 투자에 보수적으로 임하면서 소재 업체 입장에서는 재고 관리 비용만 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물량은 늘려놨는데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고 고객사 투자가 지연되면서 수익성은 날로 저하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우며 '메모리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지만 '낙수효과'는 반도체 생태계 안에서도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반도체 장비 업계는 심화된 저가 수주 경쟁에 신음하고 있다. 제조사의 실적이 좋아질수록 장비값은 더 깎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비례하는 성적표…삼성전자 웃을 때 장비사는 '급감'

낙수효과 없는 메모리 독주…장비업계 저가수주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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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업계와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모리 제조사와 후방 산업계인 장비 업체 간의 실적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메모리 호황이 곧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의 호재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낙수효과가 차단된 '양극화' 양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지난해 2분기 대비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조6761억원에서 12조1661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대표 장비사인 한미반도체(후공정)의 영업이익은 864억원에서 678억원으로 줄었고, 주성엔지니어링(전공정) 역시 66억원에서 34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삼성전자의 반도체(DS) 부문 실적과 비교해도 장비사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여전하다. 삼성전자 DS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1조910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2분기 6조4500억원으로 급증했다. 3분기에도 3조8600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수익성 회복세를 이어갔다. 이어 4분기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3E 공급 본격화와 연말 메모리 단가 추가 상승에 힘입어 영업이익 5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국내 장비 회사 대표는 "조금씩 좋아지긴 하지만 아직 수익 확보나 가격 인상으로 연결되고 있지는 않다"며 "다시 물량이 부족해지는 국면이 와야 가격이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장비 업체 관계자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비 발주를 본격적으로 더 한다면 그 이후에 실적에 반영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고 말했다.


소재·장비업계 "실적 반영까지 시차…HBM 효과 기대"
낙수효과 없는 메모리 독주…장비업계 저가수주 '신음' CES 개막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한 중국 기업 전시장에 SK하이닉스 메모리를 장착한 램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제조사의 화려한 부활과 달리 후방 산업인 소재·부품 업체들은 당장은 '빛 좋은 개살구' 격이다. 지난 업황 부진기 동안 생존을 위해 고객사 물량을 확보하고자 단행했던 공격적인 가격 인하 경쟁의 여파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소재 업체 관계자는 "메모리 제조사들의 가동률이 올라가고는 있지만 과거 불황기에 맺었던 저가 공급 계약이 아직 유효한 상태"라며 "현재는 수익성 개선보다는 점유율 회복과 물량 확보에 집중하며 본격적인 반등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장비 업체들 또한 제조사들이 공정 미세화와 신규 라인 증설에 신중을 기하면서, 실제 수주가 실적으로 찍히기까지의 '보릿고개'를 견디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는 점에 주목한다. HBM과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지속되고 있어 메모리 제조사들이 쌓은 막대한 이익이 결국 설비 투자(CAPEX)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교수)은 "주문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까지는 통상 6개월 이상의 시차가 발생한다"며 "장비 반입과 가동이 본격화된 이후에야 소재 투입이 늘고 하위 생태계의 실적이 따라오는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칩 값이 무섭다"…비용 압박에 시달리는 세트·부품사
낙수효과 없는 메모리 독주…장비업계 저가수주 '신음' 9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분주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스마트폰, TV, 가전 등 완제품을 만드는 세트 업체들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원가 비중이 높은 메모리 값이 치솟으면서 수익성 방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6'에서 메모리 가격 인상이 디스플레이 등 유관 부품 업계에 미칠 연쇄적인 비용 압박 가능성을 시사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또한 "칩 가격 상승으로 인한 스마트폰 가격 조정 고민이 깊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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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처럼 독점적 지위를 가진 부품의 가격이 오르면 수요 업체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시장 구조상 당장 해결할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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