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장벽' 낮아졌지만…K푸드의 '중국 딜레마'

한중관계 회복…수출 절차 완화
식품업계 "실적 개선은 제한적"
더 높아진 중국 식품시장 경쟁의 벽

한국과 중국 정부가 K푸드의 중국 수출 확대를 위한 제도적 협력에 합의했지만 국내 식품업계의 반응은 신중하다. 수출 절차 간소화 등 정책 환경 개선은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되지만, 중국 시장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이미 크게 달라진 만큼 단기적인 실적 반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중국 해관총서와 식품안전 협력을 중심으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에는 식품안전 관련 법·제도 정보 교류, 수출식품 제조·가공업체 등록 절차 간소화, 관리 경험 공유 및 기술 협력 등이 포함됐다. 그동안 중국 수출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해 온 행정 절차가 일부 완화되면서, 수출 여건 자체는 개선될 것이라는 평가다.

중국은 국내 식품기업들이 여전히 주목하는 시장이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대중국 식품 교역 규모는 약 12조3000억원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라면과 음료 등 가공식품 비중이 높아 내수 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중국 시장은 실적 방어에 일정 부분 기여해 왔다. 정책 효과만 놓고 보면 이번 협력은 업계에 호재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현장의 시각은 냉정하다. 수출 절차가 간소화되더라도 실제 시장 성과는 결국 소비자 선택과 경쟁 구도에 의해 좌우된다는 이유에서다. 한한령 이후 국내 기업들이 주춤한 사이 중국 로컬 식품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저당·제로슈거 등 트렌드 대응력을 끌어올리며 가공식품 전반에서 경쟁력이 크게 강화됐다는 평가다. 제도적 장벽이 낮아져도 시장 경쟁 강도가 낮아지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이미 중국에 진출한 국내 대형 식품기업들 역시 이번 조치를 단기적인 성장 동력으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현지 생산과 유통망 구축을 통해 기본적인 시장 대응은 상당 부분 마친 상태여서 추가적인 제도 완화가 곧바로 외형 확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한 대형 식품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한국 식품은 더 이상 새롭거나 희소한 카테고리가 아니다"며 "행정 절차가 일부 개선되더라도 소비 구조 자체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은 정책보다는 중국 내 소비 심리 위축과 경기 둔화"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주요 브랜드들은 이미 중국 유통 채널 안에서 일정 수준의 입지를 확보한 상태"라며 "이번 협력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열었다기보다는 기존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을 다소 낮춰주는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MOU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소 식품업체에서는 기대보다 부담이 크다는 시각도 나온다. 브랜드 인지도와 자본력을 갖춘 국내 대기업, 여기에 빠르게 성장한 중국 로컬 기업 사이에서 경쟁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만큼, 제도 개선만으로는 진입 장벽을 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만 업계는 향후 한한령이 실제로 완화되거나 해제될 경우 파급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가 다시 확산될 경우 식품을 포함한 소비재 전반에 노출 효과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 콘텐츠 소비와 연동되는 중국 시장 특성상, 이는 성장 정체 국면을 완화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 식품 인식은 문화 콘텐츠와 밀접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한류 콘텐츠가 다시 힘을 얻을 경우 현재 정체된 수요 흐름에도 일정 부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통경제부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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