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전격 체포하면서 이번 조치가 단순한 정권 교체 시도를 넘어 자원 장악을 위한 미국의 '자원 전쟁' 신호탄이란 분석이 나온다.
11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은 약 3030억 배럴이다. 확인된 원유 매장량만 이 정도로 전 세계 매장량 중 가장 많다. 2위는 사우디아라비아로 2975억 배럴, 3위는 캐나다 1681억 배럴 순이다.
단순 계산으로 베네수엘라 원유 매장량은 한국이 294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체 원유 수입량과 맞먹는다. 한국의 2024년 기준 연간 원유 수입량은 10억3000만 배럴로 원유 품질이나 운송 방식 등을 제외한 계산으로 베네수엘라에서만 전량 수입한다는 가정하에 이같은 숫자가 나온다.
원유가 집중적으로 매장된 지역은 베네수엘라 동부 분지에 위치한 오리노코 벨트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지인 오리노코 벨트는 크기가 5만5000여㎢로 남한 영토의 절반에 달한다. 이곳에 매장된 원유가 1조3000억 배럴로 추산된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베네수엘라 원유는 상대적으로 품질이 낮은 중질유여서 까다로운 정제 과정을 거쳐야 사용이 가능하다.
베네수엘라 다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은 덴마크령 그린란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임기에 이어 2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북극 지역에 위치한 그린란드를 통해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언급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묻힌 희토류를 차지하고 싶어 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7일 (현지시간)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를 매입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다음주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그린란드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린란드에 묻힌 희토류는 과거에는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그린란드는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어서 채굴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영토 일부가 녹기 시작하면서 희토류 채굴 가능성이 커졌고 이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졌다.
덴마크·그린란드 지질학연구소(GEUS)가 발표한 '그린란드의 핵심 원자재 자원 잠재력 평가(2023)'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란드에 묻힌 희토류는 3610만t이다. 매장량 1위인 중국(4400만t) 다음일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2~3위권 국가는 러시아·베트남(2100만t~2200만t) 등인데, 그린란드의 희토류 매장량이 공식화되면 이들 국가를 넘어서게 된다. 한국이 연간 수입하는 희토류는 약 3000t 정도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와 풍력 발전 터빈, 반도체, 배터리, 방산 산업 등에 널리 활용되는 전략 광물이다. 미국은 희토류 대부분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서 새로운 공급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과 작년 희토류 관련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이에 맞서 희토류 6종의 대미 수출을 통제하고, 이어 사마륨, 디스프로슘 등 희토류를 추가로 수출 통제 대상으로 포함했다.
다만,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이어서 트럼프의 공격적인 시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을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지난 5일 덴마크 방송 TV2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다른 나토 국가를 군사적으로 공격하기로 결정하면,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우리가 알고 있는 국제 사회와 나토 등 모든 체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