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비밀 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ACP) 도입을 담은 변호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만을 앞둔 가운데, 특허 소송에서도 ACP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형 증거개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특허법에 ACP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과, 변리사까지 보호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맞서 헌법적 근거를 이유로 신중론도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특허 침해 입증을 쉽게 하는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관련 특허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특허침해 증거가 침해자 측에 편재돼 있어 특허권자가 적극적으로 침해사실을 입증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개선하려는 취지다.
개정안의 핵심은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중립적으로 조사하는 '전문가에 의한 증거조사'와 당사자가 상대방을 직접 신문해 그 녹취·녹화를 증거로 활용하는 '당사자에 의한 신문' 등으로 증거 확보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다. 특허침해소송 제기 전후에 침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에 대한 보전명령제도를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변리사 업계에서는 국회에 발의된 관련 특허법 개정안 6건 중 2건에만 대리인과 당사자 간 의사 교환이나 소송 준비 자료를 보호하는 ACP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한국 기업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ACP 없이 증거개시제도만 도입되면 해외 소송에서 한국 기업은 자료 제출 의무를 부담하는 반면, 상대 기업은 비닉특권(秘匿特權)으로 보호받아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허법 개정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문가 사실조사 대상에서 법률 자문서를 제외하는 문제는 변호사 비밀유지권 도입 논의의 구체적 형태로서 변호사법 등 일반법 개정을 통해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며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논의가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특허침해소송 등 개별 소송절차에 이를 도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특허법상 ACP 조항 적용 대상을 변리사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두규 대한변리사회장은 "기업들은 제품 개발, 특허 확보 및 침해 분석 등 침해소송의 주요 쟁점이 되는 사항에 대해 변리사의 법률적 조력을 받고 있다"며 "변호사뿐 아니라 변리사와 당사자가 주고받은 정보와 자료도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식재산권 전문가 이규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도 "변리사들이 특허 출원 경과나 영업비밀 등 핵심 정보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며 "이 정보가 보호받지 못하면 전문가 사실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국익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ACP 적용 대상은 헌법에 근거해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재원(변호사시험 3회) 특허변호사회장은 "ACP 도입의 근거는 헌법상 변호사 조력권 보호에 있다"며 "헌법상 변호사에 해당하지 않는 변리사에게까지 이를 법률로 적용하는 것은 헌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하연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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