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올해도 가계대출 관리 기조 이어갈 전망
주담대 위험가중치(RWA) 올려 가계대출 공급 줄여
기업에 자금 공급해 생산적 금융으로 경제 살리기에 집중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 한층 강화
올해 금융정책 및 감독 키워드는 '가계대출 규제'와 '생산적 금융' '금융소비자 보호'로 요약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지속하고, 생산적 금융을 위한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에 집중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이를 지원하되 금융소비자 보호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기조 아래 상품 설계부터 판매,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걸쳐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감독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가계대출 관리 기조 지속…주담대 RWA 하한 ↑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올해 가계대출 규제 정책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강도가 세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과도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제한하고 이를 기업 대출과 같은 생산적 분야로 유도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최근 "가계부채 총량관리가 불가피하다"며 "올해도 일관된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는 이달부터 은행의 주담대 위험가중치(RWA) 하한선을 기존 15%에서 20%로 상향했다. RWA 하한이 높아지면 은행의 주담대 취급 여력이 줄어 가계대출 공급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은행권의 신규 주담대 공급 규모는 작년보다 25조원에서 30조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시중은행들도 정부 정책에 맞춰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2% 안팎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과 가계대출 추이에 따라 주담대 RWA 하한 추가 상향도 관심사다. 새 정부 출범 직후 국정기획위원회(국정위)에서 주담대 RWA 하한을 25%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했기 때문이다. 올해 집값이 다시 급등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악화할 경우 정부가 추가 상향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정책대출 적용 역시 관심사다. 현재 정책대출은 DSR 규제에서 제외됐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정책대출 역시 DSR 적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수준에서 관리하는 기조를 올해도 이어갈 것"이라며 "저성장 기조가 불가피해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한도는 작년보다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생산적 금융 본격 시작, 경제 살리기 올인
올해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생산적 금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첫해기도 하다. 정부는 생산적 금융을 위해 150조원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했으며 이 중에서 올해 30조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30조원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로봇, 자동차, 이차전지 등 첨단전략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6000억원 규모의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도 조성하고, 벤처와 혁신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상장 공모펀드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도 만들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미래를 여는 생산적 금융의 성과를 본격적으로 만들어 낼 것"이라며 "정부와 금융, 산업이 모두 함께 힘을 합친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한국경제의 미래를 열어갈 첨단산업에 과감하게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본규제 완화 기조도 이어진다. 현재 금융권은 기업대출 RWA 완화를 요청하고 있다. RWA가 완화되면 기업에 대한 대출을 크게 늘릴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대출 자본규제를 직접적으로 완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도 "추가적으로 자본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징금과 관련된 자본규제 완화도 기대된다. 현재 은행권은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달 5대 시중은행에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판매와 관련 2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사전통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은행에 주택 담보인정비율(LTV) 담합과 관련해 대규모 과징금을 예고한 상황이다. 은행들은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운영리스크 RWA가 크게 늘어나 생산적 금융과 주주환원 정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과징금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RWA에 반영하는 것을 유예해 은행의 생산적 금융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과징금 확정 전까지는 은행의 RWA 인식을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모험자본 공급이나 생산적 금융 등 정책적 영역에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 보호' 중심으로 감독 체계 개편
올해 금감원의 감독 정책 키워드는 '금융소비자 보호'다.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 있는 소비자보호를 위해 조직개편부터 감독 체계 전반에 걸쳐 개편작업을 진행해왔다.
이 원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금융소비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감독체계를 확립하고 적극적으로 가동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모든 감독 활동의 출발점으로 삼아 금융소비자 중심 원칙을 업무 전반에 정착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지난 연말 원장 직속 '소비자보호총괄 부문'을 신설하는 등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소비자보호총괄 부문은 기존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 내부의 소비자보호 부문을 떼어와 감독서비스 전반에 대한 총괄 기능을 부여해 만들었다. 조직 규모를 키우고 원장 직속으로 격상함으로써 금감원의 모든 수단을 사전적 소비자 보호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수 피해자에 대한 사후구제 중심의 소비자보호 업무에 치중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다수 국민을 대상으로 사전 예방적 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변화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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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과 같은 민생금융범죄 척결을 위한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도 추진한다. 특사경은 전문 분야의 범죄 수사 효율을 높이기 위해 관련 행정기관 공무원 등에게도 제한된 범위의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현재 금감원 특사경 업무는 자본시장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에 한정돼 있지만 업무 범위를 보이스피싱과 같은 민생금융범죄까지 넓힐 계획이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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