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기자
반도체 '쌍두마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신고가를 경신하며 2025년 증시의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올 한해 코스피 운전대를 잡았던 외국인의 복귀와 'K반도체'의 부활이 재확인되면서 '오천피'를 향한 랠리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4214.17에 약보합 마감하며 2025년 증시를 마무리했다. 올해 들어선 75.63% 뛰며 주요 국가 지수 가운데 연초 대비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눈에 띄는 건 외국인의 복귀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6조3500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던 외국인은 올해 12월 약 4조6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산타 랠리'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기관투자자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5조원가량을 순매수하며 힘을 보탰다.
외국인과 기관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반도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각각 2조3000억원, 1조1000억원 매입했고, 기관도 각각 1조1000억원, 1조7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개인이 시장에 던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물량이 6조5000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개인의 매도 폭탄을 전부 받아낸 셈이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수에 힘입어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중 각각 12만1200원, 65만9000원을 찍으며 나란히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복귀와 대장주로의 수급 쏠림이 확인되면서 일각에선 코스피가 '2차 랠리'를 펼치기 위한 조건이 갖춰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코스피가 가장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던 6월, 9월, 10월 모두 외국인이 랠리의 중심에 있었고, 원픽은 SK하이닉스 또는 삼성전자였다"며 "코스피가 또 한 번 최고가를 경신할 채비를 마쳤지만, 이번에도 열차가 개미를 내리고 출발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달 개인의 코스피 순매도 규모는 9조8000억원에 이른다.
개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대거 처분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여전히 반도체 '쌍두마차'를 향한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범용 메모리 가격과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로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D램 가격 급등이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가격 협상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고, HBM4(6세대)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되는 점을 고려할 때 혼합평균판매단가(blended ASP)도 시장 예상보다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의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대비 각각 1.5%, 18.4% 상향한 97조7000억원, 19조5000억원으로 제시했다. 목표주가도 12만9000원에서 14만3000원으로 올려 잡았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 서버를 중심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압도적인 자기자본이익률(ROE)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저평가 영역이 지속되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86만원에서 88만원으로 상향했다. 2026년 영업이익은 105조5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13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