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기자
러시아 시베리아의 혹한 지역으로 악명 높은 야쿠티야(사하 공화국)에 또다시 한파가 닥쳤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현지 언론과 외신은 야쿠티야 전역의 최저 기온이 섭씨 영하 56도까지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최근 사흘 이상 강한 눈보라를 동반한 한파가 이어지면서 기온이 급격히 내려간 것이다. 이번 강추위로 야쿠티야 지역 내 모든 학교는 전면 휴교에 들어갔고, 유치원도 일제히 문을 닫았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당분간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영하 60도까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야쿠티야의 혹한기 거리 모습. 시베리안타임스 캡처
야쿠티야는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 가운데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지역에서는 기온이 영하 56도 이하로 떨어져야 전면 휴교 조처가 내려진다. 영하 50도 안팎의 날씨에도 학생들이 평소처럼 등교하는 모습은 이곳에서는 낯설지 않은 일상이다.
외신들은 "영하 56도의 혹한 속에서는 숫자로 표시된 기온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고 전했다. 숨을 내쉬는 순간 입김이 공기 중에 퍼지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어 속눈썹과 눈썹 위에 하얀 성에로 내려앉는다는 것이다. 몇 분만 밖에 서 있어도 속눈썹이 서로 달라붙어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려워지고, 말을 할 때마다 입 주변에는 얼음 결정이 쌓인다. 장갑을 낀 채 잠시 휴대전화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손끝이 얼어붙는 듯한 통증이 전해진다.
실제로 현지 주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과 영상에는 눈보라로 시야가 거의 확보되지 않는 거리 풍경, 사람의 흔적조차 찾기 힘든 설원 같은 도시 모습이 담겼다.
또한 자동차도 수시로 고장을 일으킬 정도로 추워서 화장실 문제가 주민들이 겪는 고충 중의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땅이 얼어붙어서 하수 처리를 위한 파이프라인 설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야쿠티야의 역대 최저 기온은 1993년에 기록된 영하 67.6도로,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관측된 세계 최저 기온 기록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앞서 2023년 1월에도 이 지역의 기온은 영하 62.7도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2002년 2월 이후 러시아 전역에서 기록된 가장 낮은 기온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