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인류 역사는 100만년을 훌쩍 넘는다. 직립 보행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돌도구를 사용한 호모 하빌리스, 두발걷기를 하며 불을 이용한 호모 에렉투스 등이 절멸한 고대 인류종이다.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약 3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등장한다. 지혜로운 인간을 뜻하는 호모 사피엔스는 이후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등 전 세계로 이동했고, 큰 뇌와 언어능력, 상징적·추상적 사고, 집단지능과 협력 능력을 무기로 지구의 지배적인 존재가 됐다. 호모 사피엔스라 불리는 우리 인류의 역사는 30만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진화하고 발전해온 셈이다.
그런데 불과 3년 전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인류는 전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헨리 키신저와 에릭 슈밋이 공저 '새로운 질서: AI 이후의 생존 전략'의 원서 제목을 '창세기: 인공지능, 희망, 그리고 인간정신'으로 정한 것도 이런 사실을 반영한다. 30만년간의 호모 사피엔스 역사를 넘어 AI와 함께 만드는 인류의 새 역사가 시작되고 있음을 저자들은 예고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결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인류가 고안해온 기계, 전기, 전자 발명품들을 잇는 또 하나의 연장으로 보면 안 된다. 생성형 AI는 새로운 지능의 발명이다. 언어, 지식, 사고, 의사결정, 문제해결, 공감, 협력, 창의성, 상상력 등 인간이 수행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지적 활동을 가능케 하는 범용기술이고 인간이 만든 외계 지능이다. 그뿐만 아니다. AI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계라기보다는 초지능을 가진 외계인 또는 인공인간이다. 인간과 공존하는 지구상 외계인이고 인류의 새로운 동반자다.
지난 30만년간 지구상의 인류종은 호모 사피엔스 하나였지만, 10년쯤 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성형 AI가 기계 또는 도구의 지위를 넘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인류종인 AI 사피엔스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보완, 확장, 대체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어, 우리 인간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을 확률은 대단히 높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AI를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AI를 대하는 우리의 기본자세가 더욱더 중요하다. AI를 기계나 도구, 경쟁자나 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나와 우리와 인류를 도울 수 있는 초지능 능력자이자 동반자를 만난 것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그러면 AI의 적극적인 활용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물론 인류에게 있어 AI는 잠재력과 위험, 공존과 멸종의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어떤 미래를 만들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 AI는 30만년 만에 인류가 발명해낸 최고의 선물이자 무기다. 개인 차원에서는 업무 코칭, 라이프코칭, 전문성 배양과 역량 개발, 멘털 힐링 등 자신을 위한 거의 모든 활동에 전문가, 코치, 스승, 동반자로 활용할 수 있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수많은 사회현안 해결에 기여할 수 있고, 기후위기, 우주개발, 질병치료 등의 오랜 난제에도 최고의 솔루션을 제공해줄 수 있다. 더 좋은 점은 지금 우리가 활용하는 AI는 앞으로 우리가 사용할 최악의 AI란 사실이다. 일 초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는 초지능 외계지능, AI 사피엔스를 무한 활용하며 살아가는 호모 사피엔스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본다.
김현곤 충남대 국가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전 국회미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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