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취재본부 최대억기자
계명대학교(총장 신일희) 동산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갑인자본(甲寅字本)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1책(권3)이 24일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됐다.
조선 세종대 왕실 발원으로 간행된 이 희귀 불경은 당시의 인쇄 및 제지 기술사와 불교사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묘법연화경1-표지. 계명대학교 제공
◆세종의 효심과 조선의 기술력이 빚어낸 결정체
일명 '법화경'으로 불리는 묘법연화경은 천태종의 근본 경전으로, 한국 불교에서 가장 널리 유통된 경전 중 하나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계명대본은 1450년(세종 32) 2월, 세종대왕이 문종(당시 세자)의 질병 쾌유를 기원하며 간행을 명한 왕실 발원 불경이다.
이 판본은 당대 최고의 금속활자인 '갑인자(甲寅字)'로 인쇄되었으며, 일본 닥나무로 만든 '왜저지(倭楮紙)'를 사용해 단 33부만 인출된 한정본이다.
특히 조선 초기 전국 사찰에서 40여 차례나 번각(다시 새겨냄)되며 불경 간행의 표준이 된 갑인자 계열의 최초 판본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공개된 실물로는 '유일'…독보적 희소성
갑인자본 묘법연화경은 현재 전 7권의 완질이 전하지 않는 극희귀본이다.
일부 권수가 개인 소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소재가 불분명한 상태로, 현재 공개적으로 실물 확인이 가능한 판본은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계명대본(권3)이 유일하다.
문화재 당국은 해당 유물이 ▲간행 당시의 표지와 본문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 보존성 ▲문헌 기록과 실물이 일치하는 왜저지 사용의 희귀성 ▲당시 불경 학습 방식을 엿볼 수 있는 구결과 주석 등 학술적 가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계명대 동산도서관, 사립대 최다 보물 보유 위상 굳혀
이번 지정으로 계명대 동산도서관은 '용비어천가' 초간본 등을 포함해 총 24종 98책의 보물을 보유하게 됐다.
이는 전국 사립대학교 도서관 중 가장 많은 수치로, 1960년대부터 소외된 고문헌을 체계적으로 수집해온 동산도서관의 노력이 결실을 본 것으로 평가받는다.
오동근 동산도서관장(문헌정보학과 교수)은 "이번 보물 지정은 우리 도서관이 소장한 고문헌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증명한 결과"라며, "해당 유물을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하고, 앞으로도 소중한 문화유산의 발굴과 보존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