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H-1B 비자 추첨제 폐지…'고임금·고숙련 우선 선발'

"고숙련·고임금 외국인 우선 배정"
내년 2월27일 발효 예정
美기업들 직원 출국 자제령

미국 H-1B 비자 신청 양식.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명 '전문직 비자'라 불리는 H-1B 비자 운영방식을 추첨에서 고임금 근로자 우선 선발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이날 홈페이지에서 "H-1B 비자를 고숙련·고임금 외국인에게 우선 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해당 규정은 내년 2월 27일 발효된다.

DHS는 "이번 규정은 비자 수혜자를 무작위로 뽑던 기존 추첨제를 폐지하고 숙련도와 임금 수준이 높은 신청자에게 더 큰 가중치를 부여하는 선발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 직종에 적용되는 비자로 일명 전문직 비자로 통한다. 연간 6만5000건이 발급되며 미국 내 석·박사 학위 소지자에게는 추가로 2만건이 배정돼 총 8만5000건을 발급한다.

이 같은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H-1B 비자 수수료 인상 조치와 같은 선상에 있다. 매튜 트라게서 미 이민서비스국(USCIS)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이는 비자 요건으로 건당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의 추가 비용을 고용주에게 부과하도록 한 대통령 포고령 등, 행정부가 이미 시행한 다른 주요 제도 개편과도 궤를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미 노동부는 임금 보호 규정도 강화했다. 이는 H-1B 근로자의 적정임금(Prevailing Wage)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적정임금이란 미 정부가 기초 통계자료를 통해 정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말한다.

미국이 관련 규제를 계속 강화하면서 비자 신청자들의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주인도 미국대사관은 지난 15일부터 H-1B 및 H-4 비자 신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증을 시작했다고 미 경제매체 CNBC는 전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 비자 심사 일정이 수개월씩 지연되는 사례들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비자 규정이 강화되면서 기업들이 H-1B 비자 후원을 줄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민 컨설팅사 비알토 파트너스의 마니시 다프타리는 "규정 시행 시 기업들은 H-1B 후원 자체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이민국에 따르면 H-1B 비자를 가장 많이 후원한 기업은 아마존이며,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 구글 순이다. 실제로 미 공영방송 NPR 등에 따르면 애플과 구글 등은 H-1B 비자 등 취업비자를 보유한 직원들에 당분간 출국과 더불어 불필요한 이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일명 '골드카드' 비자 제도를 도입하는 등 이중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골드카드 제도는 개인 기준 100만달러(약 14억7000만원)를 미국 정부에 기부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기존 투자이민 프로그램과 달리 ▲고용 창출 조건과 ▲단계적 영주권 부여 등 복잡한 단계를 없앤 '패스트트랙(Fast-track)' 버전이다.

국제부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