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진기자
15년간 손 놓고 있던 장애아 전문 보육시설 확충에 서울 성동구가 물꼬를 텄다. 성동구(구청장 정원오)는 내년 3월부터 구립 성모어린이집을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으로 전환해 운영한다고 22일 밝혔다. 2011년 이후 15년 만에 이뤄지는 서울시 신규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 지정이다.
지난달 구립 행당라체르보어린이집 개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정원오 성동구청장. 성동구 제공.
교육부 보육통계에 따르면 올 12월 기준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은 전국 177개소에 달하지만, 서울시는 단 8곳에 불과하다. 천만 인구 대도시 서울에서 장애아동을 전문적으로 돌보는 시설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는 뜻이다.
그 결과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은 새벽부터 원거리 통원을 감수하며 보육 사각지대에 내몰려 왔다. 실제로 성동구 성모어린이집에는 성동구는 물론 중구, 동대문구 등 인접 지역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장애 아동들이 통원하고 있다.
장애아동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데 전문 보육시설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15년간 서울시에 단 한 곳의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도 신설되지 않은 것은 장애아 보육에 대한 행정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성동구는 1994년부터 재단법인 성모성심수도회가 위탁 운영해온 구립 성모어린이집을 장애아 전문시설로 전환하기로 하고 시설 개선에 착수했다. 장애인 출입구 유효 폭 확대, 바닥 경사면 설치, 실명 점자 표지판 및 점형블록 추가 설치 등의 공사를 진행해 보다 많은 장애아를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번 지정은 2029년 성수동에 개교 예정인 공립 특수학교(가칭 성진학교) 신설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영유아기부터 학령기까지 이어지는 지역 기반 장애아동 교육 체계가 구축되면서 성장 단계별 연속 지원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성동구는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 지정과 함께 보육 서비스 질 향상에도 나서고 있다.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어린이집 전담간호사 사업'을 도입해 연 2회 이상 영유아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성동형 교사 대 아동비율 사업'으로 법정 기준보다 교사 1인당 담당 아동 수를 줄여 안전한 보육환경을 만들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이번 성동구 첫 장애아전문어린이집 지정을 통해 장애아동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전문적이고 세심한 보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성동구는 영유아와 보호자, 그리고 사회적 약자가 함께 체감할 수 있는 포용적 보육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