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기자
최근 시험관 시술(IVF) 과정에서 배아의 유전 정보를 활용해 지능, 키, 질병 위험 등을 미리 분석하고 '가장 유리한' 배아를 선택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윤리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과학적 검증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업화가 먼저 진행된 점도 문제다.
최근 시험관 시술(IVF) 과정에서 배아의 유전 정보를 활용해 지능, 키, 질병 위험 등을 미리 분석하고 '가장 유리한' 배아를 선택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픽사베이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일부 IVF 부부들은 배아의 DNA 데이터를 받아 미국의 유전자 분석 업체에 의뢰해 IQ, 키, 심장 질환, 치매 등 다양한 질환 위험을 점수화하고 순위를 매기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업체는 5개의 배아 중 선택 시 평균 IQ가 6점 높아질 수 있으며, 성별과 키, 질병 가능성까지 산정한다고 주장한다. 비용은 약 5만 달러(약 7300만 원)에 달한다.
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한 부모들은 "아이에게 더 나은 미래를 주기 위해 투자한다"며, 사립학교 학비보다 저렴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일부는 "여러 배아 중 가장 만족스러운 선택지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윤리적·법적 제한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낸다. 영국법은 배아 검사를 심각한 유전 질환에 한정하고 있으며, 인간수정·배아관리청(HFEA)은 이러한 결과를 IVF 선택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카디프대 임상유전학자 앵거스 클라크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감정적으로 취약한 부모에게 판매하고 있다"며, "부모의 기대가 아이에게 부담으로 돌아가고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탠퍼드대 생명과학과 스베틀라나 야첸코 교수는 "소량 세포만으로 유전체를 분석하는 것은 오류 가능성이 크다"며 "잘못된 정보에 따른 배아 선택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 같은 서비스는 부유층만 접근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전적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MIT 생명윤리 전문가 앨리슨 브룩스 교수는 "선택받은 이유를 아는 사회적 환경이 아이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규제를 마련해 합법적으로 활용하자는 의견과 유전적 우월주의와 사회적 격차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충돌하는 가운데, 윤리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업 시장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