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중국 정부가 일본 내 지진 위험을 이유로 자국민에게 또다시 일본 여행 주의보를 발령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계기로 일본 여행 자제령을 내린 지 한 달여 만이다.
중국 외교부는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지에서 "8일 이후 일본 혼슈 동부 부근 해역에서 연속으로 여러 차례 지진이 발생했고, 최대 진도는 7.5에 달했다"면서 "외교부와 주일대사관·영사관은 중국 공민(시민)에 가까운 시일 내 일본 방문을 피할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당국이 재난·급변 사태가 발생한 해외 국가에 여행 주의 공지를 발표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지난달 양국 갈등으로 인한 일본 여행 자제령에 이어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중국인의 일본 방문 통제 효과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중의원(하원)에서 '대만 유사시 개입'을 시사한 발언을 했다. 이후 중국은 연일 고강도 비난을 쏟아내며 일본 여행 자제령 등 보복 조치를 잇달아 내놨다. 당시 중국은 "최근 일본 지도자가 대만 관련 노골적인 도발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 중일 간 인적 교류 분위기를 심각하게 악화시켰다"면서 "이로 인해 일본에 있는 중국인의 신체와 생명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초래됐다"며 일본 여행 자제를 촉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0월 31일 경주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제령 발표 몇 시간 만에 중국 주요 항공사들은 일본행 항공편에 대해 전액 환불 조치를 내놨다. 중국 단체관광객의 일본 여행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다. 최근엔 중국 국적 항공사가 일본행 항공권 무료 취소·변경 기간을 올 연말에서 내년 3월 28일까지로 대폭 연장했다.
일본 관광객 수와 소비액 1위를 유지해온 중국이 자국민 일본 여행을 사실상 막으면서 일본 관광업계의 매출 감소 등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일본 내수 소비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한편 지난 8일 밤 11시 15분 일본 혼슈 동북부 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 규모 7.5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5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번 지진 이후 일본 기상청은 '홋카이도·산리쿠 앞바다 후발 지진 주의 정보'를 처음으로 발령했다. 향후 일주일 이내 인근 지역에서 더 큰 규모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주민들과 여행객에게 비상 대피 등에 필요한 대비를 당부하기 위해서다. 후발 지진 주의 정보는 추가 강진이 발생하지 않으면 오는 16일 0시에 해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