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훈기자
신라젠이 우성제약 합병 효과와 핵심 파이프라인인 항암제 'BAL0891'의 임상 결과 발표를 발판으로 내년 '반격의 시간'을 준비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약 28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13억원) 대비 약 114% 증가했다.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6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24억원 보다 160% 이상 늘었다. 적자 폭도 개선됐다. 올 3분기 신라젠의 영업손실은 61억원으로 전년 동기 76억원에서 15억원 가량 줄었다. 당기순손실 역시 59억원으로 전년 79억원 대비 약 20억원 축소됐다.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우성제약 합병 효과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신라젠은 지난 7월1일 우성제약과의 흡수합병을 완료한 뒤 이번 3분기부터 우성제약 제약사업부 실적을 연결 매출에 처음 반영했다. 일부 기간만 반영된 '부분 실적'임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규모의 수익이 새로 추가되며 재무 구조가 실제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우성제약의 실적이 온전히 편입되면서 매출 구조 변화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신라젠은 이와 함께 글로벌 파트너십 및 해외 인허가 경험을 바탕으로 제약사업부의 해외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어 제약사업부의 외형 성장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직 올해 마감 실적이 집계되지 않았으나 우성제약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0억원 매출까지도 기대된다. 회사는 여기에 우성제약의 기존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 수액제 중심의 매출 기여도를 강화하고, 생산 효율 및 유통채널 개선을 병행해 내년부터 보다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연구개발 부문에서도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신라젠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항암제 후보물질 BAL0891은 독자적 기전, 병용 확장성, 전임상 연구의 일관된 결과를 기반으로 글로벌 항암 분야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BAL0891은 암세포가 분열할 때 중요한 인산화 효소인 TTK(유사분열 체크포인트 조절 단백질)와 PLK1(폴로 유사 키나아제 1) 을 동시에 억제한다. 이 억제 작용으로 암세포는 정상적인 세포분열을 못 하고 '분열 중단' 혹은 '비정상 분열 → 세포 사멸'이 유도된다. 만약 BAL0891이 상용화된다면, TTK/PLK1 이중 저해제 계열 중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계열 내 최초)' 항암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약물이다.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 시 시너지 효과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어,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전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신라젠은 올해 해당 후보물질의 임상 개요를 면역항암제와 혈액암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미국면역항암학회(SITC 2025)와 유럽혈액학회(EHA 2025)에서 연속으로 초청 발표했다.
특히나 내년에는 총 4가지 임상군 중에서 3개의 임상이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 260명 대상의 대규모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는 BAL0891은 고형암 대상 3개 임상군, 혈액암 대상 1개 임상군 등 총 4개의 임상군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내년 최소 2~3개의 임상 데이터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미 여러 글로벌 빅파마들이 BAL0891에 대한 임상 개요를 전달받고 내년에 나올 임상 1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 본격적인 대규모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도 기대된다.
BAL0891은 세계 최초로 오가노이드(인공 장기) 기반으로 FDA(미국 식품의약국) 병용임상을 허가받은 약물이다. 앞서 3개의 임상 결과 외에도 마지막 임상인 면역항암제와 병용임상 결과에 글로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실제 FDA가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고 발표하면서 오가노이드를 적극 도입하기로 한 신라젠이 수혜자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회사의 밸류(value)를 빌드업(build-up)하는 시기였다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결과와 성과로 응답하는 시기로 기대한다"며 "차세대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 'SJ-600'도 CDMO(위탁개발생산)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BAL0891 이후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