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니까 슈톨렌·치킨 사야해'…불티나게 팔리는 음식들[맛있는 이야기]

말린 과일·견과류 들어간 유럽 전통 빵
켈트족 의식에서 유래한 뷔슈 드 노엘
日 성탄절 불티나게 팔리는 치킨

편집자주최초의 과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과자는 인간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해 온 셈이지요. 비스킷,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우리가 사랑하는 과자들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성탄절이 있는 연말 세계 각국은 어떤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낼까. 기독교 문화권인 유럽에서는 수 세기에 걸쳐 내려오는 전통 빵과 디저트를 여럿이 모여 나눠 먹고, 일본에서는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출시하는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치킨을 맛보며 연말을 즐긴다.

말린 과일, 견과류 들어간 유럽 전통 성탄절 디저트

영국 크리스마스 푸딩(위)과 독일 슈톨렌. BBC, 유튜브 캡처

영국과 독일에서는 연말에 건과일과 견과류가 들어간 빵을 먹는 전통이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성탄절 음식은 크리스마스 푸딩. 영국인 작가 마리 케틀비가 1714년에 출판한 '300가지 요리법과 물리, 수술 관련 모음집'에 수록됐을 만큼 역사가 깊은 빵이다.

크리스마스 푸딩은 계란과 쇠기름을 섞어 만든 반죽을 구워낸 검은 빵이다. 여기에 정향, 육두구, 계피 등 향신료를 첨가해 향을 내며, 말린 자두 등 건과일이 들어간다. 쇠기름은 수이트(Suet·육우 콩팥 주변 지방)를 쓰는 게 전통 조리법이라고 한다. 크리스마스 푸딩 반죽은 헝겊에 감싸 오래 숙성시킬수록 풍미가 깊어진다. 이 때문에 영국인들은 11월에 빵 반죽을 만든 뒤, 5~6주간 기다렸다가 연말 저녁에 먹곤 한다.

독일에서는 성탄절 무렵 슈톨렌을 먹는다. 슈톨렌은 1년간 럼주에 견과류, 말린 과일 등을 재웠다가 꺼내 커다란 빵으로 구운 음식이다. 빵의 겉면에는 하얀 설탕 가루를 뿌려 장식한다. 슈톨렌은 원래 독일의 '대림절(성탄절 4주 전 일요일부터 성탄절 이브까지 이어지는 기간)'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독일 아이들은 매일 조금씩 빵을 잘라 먹으며 성탄절을 기다린다.

이탈리아는 파네토네와 판도로 같은 발효 빵이 전국적으로 소비된다. 스페인은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슈퍼마켓마다 땅콩이나 아몬드를 꿀과 함께 버무려 굳힌 전통과자 뚜론이 등장한다. 새해 자정에 시계 종이 12번 울리는 동안 12알의 포도를 모두 먹으며 소원을 비는 풍습도 있다.

통나무로 불 지피던 전통 기린 프랑스 뷔슈 드 노엘

초콜릿을 이용해 롤케이크를 통나무 모양으로 만든 뷔슈 드 노엘. 생오노레블랑제리 홈페이지

프랑스, 벨기에 등 프랑스어권 국가들은 연말이면 성탄절 롤케이크 '뷔슈 드 노엘'을 찾는다. 뷔슈 드 노엘은 1800년대 말 프랑스 제빵사 피에르 라캄이 만들면서 대중화됐다. 원통형 롤케이크 겉에 검은 초콜릿을 발라 마치 통나무 같은 모양을 한다. 빵 위에 하얀 설탕 가루를 발라 눈 덮인 나무 모양으로 꾸미기도 한다.

뷔슈 드 노엘은 고대 유럽 민족 중 하나인 켈트족의 전통 '율 로그(Yule log)'를 기린다. 켈트족은 추운 겨울을 버티기 위해 큰 통나무를 장작 삼아 태우는 전통이 있었는데, 이때 장작으로 쓰이는 통나무가 율 로그였다. 프랑스 고급 제과점 생 오노레 블랑제리는 "어둠을 이기고 빛이 승리하기를 기원하며 나무를 태우던 율 로그 전통이 뷔슈 드 노엘로 발전해 프랑스의 성탄절 핵심 요리로 자리 잡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일본은 성탄절에 케이크와 치킨

기독교 문화권이 아닌 일본은 성탄절을 휴일로 지정하지 않았지만, 딸기 쇼트케이크와 치킨을 먹으며 즐기는 문화를 갖고 있다.

하얀 생크림 스펀지 케이크 위에 생딸기를 올리는 일본식 딸기 쇼트케이크는 1922년 제과업체인 '후지야'에서 출시해 인기를 얻었다. 후지야 창업자인 후지이 린에몬은 미국에서 쇼트케이크를 맛본 뒤 이를 일본인 입맛에 맞게 개량한 생크림 쇼트케이크를 선보였는데, 생크림 위에 빨간 딸기를 올려 '일본적 색감'을 강조한 게 딸기 쇼트케이크의 시작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딸기 쇼트케이크는 '쿠리스마스 케키(クリスマスケキ)'라는 고유명사로 불릴 만큼 유명해졌으며, KFC 프라이드 치킨은 성탄절 기념 음식으로 취급된다. 푸드인재팬, KFC

딸기 쇼트케이크는 일본 가정에 냉장고가 보급되기 시작한 1970년대에 대중화됐다. 당시에는 빵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특별한 기념일에만 쇼트케이크를 구매했는데, 이로인해 딸기 쇼트케이크는 성탄절에 특별히 먹는 음식이란 인식을 갖게 됐다.

일본에서 성탄절에 불티나게 팔리는 또 다른 음식은 미국 치킨 프랜차이즈 KFC의 프라이드치킨이다.

KFC는 1970년 일본 나고야에 1호점을 열었는데, 일본 소비자들이 치킨을 생소하게 여긴 탓에 개점 초 매출 증가율이 부진했다. 분위기를 바꾼 건 당시 점장직을 맡았던 오오카와 다케시의 TV 인터뷰였다. '미국인은 성탄절에 치킨을 먹냐'는 앵커의 질문에 "네"라고 답한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치킨은 순식간에 일본인의 주목을 받게 된다. 오오카와는 훗날 언론 인터뷰에서 "사실 치킨이 아니라 칠면조였지만,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고 시인했다.

기획취재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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