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경남 김해시가 최근 화포천습지 과학관 개관식을 하면서 방사한 황새 중 한 마리가 폐사해 논란이 인다. 김해시는 지난달 15일 열린 과학관 개관식 때 황새 3마리를 방사했다. 이 중 수컷 황새 한 마리는 내부 폭 약 30∼40㎝인 목재 재질 케이지에서 나온 뒤 날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주변에 있던 사육사들이 급히 황새를 사육장으로 옮겼지만 결국 폐사했다. 연합뉴스
생명체의 죽음을 물건 취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받아들여졌다. 국가유산청이 천연기념물 동물의 죽음을 표현할 때 '멸실' 대신 '폐사'를 쓰기로 했다. 19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멸실'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물건이나 가옥 등이 재난에 의해 그 가치를 잃어버릴 정도로 심하게 파손되는 일을 뜻한다. 국가유산청은 이를 근거로 산양, 황새 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물이 죽었을 때 '멸실 신고서'를 작성하도록 했고, '천연기념물 동물 멸실 목록' 등 관련 통계를 관리해왔다.
2023∼2024년 겨울 산양 떼죽음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국가유산청은 공식 자료에서 '산양 멸실 보고서', '2024년 멸실된 1026마리의 산양' 등으로 표현했다.
동물권 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 학계에서는 이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시민단체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은 지난해 10월 "소중한 생명 자산인 천연기념물 동물의 죽음을 물건의 재산적 가치 소멸을 나타내는 '멸실'이란 용어로 격하시킬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정부 부처 간 동일한 상황을 두고 서로 상이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기후에너지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정부 부처에서는 동물의 죽음에 대해 '폐사', 동물의 사체에는 '폐사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국가유산청 측은 "천연기념물인 동물의 사망을 지칭하는 용어는 멸실보다 폐사가 정확하므로 법률 용어를 변경해 정확성과 효율적 적용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다음 달 29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