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강나훔기자
국내 산업용 전력다소비 20대 기업이 지난해 전국 가정이 사용한 전기량과 맞먹는 수준의 전력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위 5개 대기업의 사용량만 전국 주택용 전력의 절반을 넘겼고, 공공기관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올해 상위 20대 가운데 유일하게 전기요금 단가가 200원/kWh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용 전력의 집중과 요금 불균형이 동시에 드러난 셈이다.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산업용 전력다소비 상위 20대 법인의 전력 사용량은 8만4741GWh로, 같은 해 전국 주택용 전력사용량(8만6989GWh)의 97.4%에 달했다. 불과 20개 기업이 전국 모든 가정이 사용하는 전기량과 거의 맞먹는 수준의 전력을 쓴 것이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가 2만4288GWh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상위 20대 평균 사용량(4237GWh)의 5.7배, 2위 현대제철(6140GWh)의 4배에 달한다. 삼성디스플레이(5797GWh), LG디스플레이(5430GWh), SK하이닉스(5221GWh)가 뒤를 이어 상위 5개사의 전력 사용량만 4만6876GWh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주택용 전력의 절반(53.9%)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들 기업이 낸 전기요금은 총 13조8628억원으로, 평균 단가는 163.8원/kWh였다. 기업 규모와 계약 형태에 따라 소폭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 160원대 초중반에 집중됐다. 반면 전체 산업용 평균 단가는 168.2원/kWh, 주택용 평균 단가는 156.9원/kWh로 집계돼 산업용이 주택용보다 오히려 비쌌다.
눈에 띄는 또다른 점은 코레일이다. 코레일은 올해 1~7월 상위 20대 법인 중 유일하게 전기요금 단가가 200원/kWh을 돌파했다. 철도 운행 특성상 24시간 전력 수요가 지속되지만, 일반 산업용(을) 요금이 적용돼 심야나 경부하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코레일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력요금 부담이 대기업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공공교통의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 요금제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코레일 측은 "코레일은 국내 전력다소비 기업 중 하나임에도 대기업 상위 15곳보다 kWh당 평균 27원가량을 더 부담하고 있다"며 "한전이 내세우는 요금 형평성이 실제로 유지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현 제도상의 사각지대가 이런 불균형을 낳고 있는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2024년 한전 전체 판매전력량은 54만9821GWh, 판매수입은 89조5794억원으로 나타났다. 계약종별 평균 판매단가는 주택용 156.9원, 산업용 168.2원, 일반용 173.4원, 기타용 107.0원이었다. 특히 산업용 전력은 전체 판매량의 52%를 차지했지만, 전력요금 비중은 53.7%에 달해 산업 부문에 요금 인상 효과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