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서인턴기자
일본에서 고독사와 자살로 '흉가'가 된 집들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부동산 업체가 등장해 화제다. 초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사망 이력 주택이 늘면서 이른바 '유령집'을 안전하게 거래하는 새로운 틈새시장이 생겨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챗GPT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일본 경제지 동양경제 보도를 인용해 흉가 전문 중개업체 '카치모드(Kachimode)'를 소개했다. 2022년 부동산 중개인 코다마 카즈토시가 설립한 이 회사는 자살·고독사·살인 사건 등으로 공실이 된 집을 조사·인증 후 임대나 매매를 중개한다.
일본에서는 자택 내 사망자가 발생한 집을 '유령집'이라 부르며 심리적 결함이 있는 부동산으로 분류한다. 이런 집은 통상 시세보다 10~20% 저렴하지만 불길하다는 인식 탓에 거래가 꺼려진다.
카치모드는 이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초자연 현상 유무를 과학적으로 조사한다. 직원들은 며칠씩 해당 주택에 머물며 카메라·열화상 카메라·전자기장 측정기·녹음기 등을 이용해 실내의 온도, 습도, 소음, 기류, 기압을 기록한다. 이상 징후가 감지되지 않으면 '귀신 없는 집(초자연적 현상 없음)'이라는 인증서를 발급한다.
이 회사는 또 상속 상담, 유품 정리, 특수 청소 등 사후 정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현재까지 누적 196건의 부동산을 점검했으며 조사비는 하루 8만~15만엔(약 74만~139만원)에 달한다.
대부분은 별다른 이상 없이 인증서가 발급됐지만 조사 중 기묘한 일을 경험한 사례도 있다. 자바현의 한 유령집에서는 조사 중이던 코다마의 노트북이 갑자기 꺼지며 다시 켜지지 않았고 또 다른 집에서는 바닥을 열자 우물이 발견돼 신사(神社) 관계자가 "손대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런 경우 회사는 인증서를 발급하지 않는다.
코다마는 "사망 원인을 파악하고 수리와 청소, 투명한 조사를 병행하면 유족의 '심리적 그림자'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고독사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고독사(사후 8일 이상 경과 후 발견된 사망) 건수는 1만1669명으로 전년 대비 11.8%(1233명) 늘었다. 사후 발견 시점과 관계없이 자택 내 단독 사망자는 4만91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86명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고독사자의 79%는 남성이었으며 60세 이상이 82%를 차지했다. 사망 후 1년 이상 지나 발견된 사례도 253명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