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16일(현지시간) 일제히 약보합권에서 마감했다. 전날 미·중 무역 합의 진전 소식과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에 상승했던 시장은 이날 차익 실현 움직임 속에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다음 날 예정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의 기준금리 결정에 쏠려 있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5.55포인트(0.27%) 하락한 4만5757.9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8.52포인트(0.13%) 떨어진 6606.7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4.79포인트(0.07%) 내린 2만2333.959에 장을 마쳤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하루 뒤 발표될 Fed의 기준금리 결정이다. 최근 고용지표 부진으로 인해 Fed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현재 연 4.25~4.5%인 기준금리를 9월에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96% 반영하고 있다.
특히 향후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 공개와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회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해임을 시도했던 리사 쿡 이사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을 겸하는 스티븐 미란 새 이사가 동시에 참석한다. 전날 워싱턴D.C. 연방순회 항소법원은 쿡 이사가 소송 진행 중에도 Fed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고, 백악관은 이에 불복해 상고 방침을 밝혔다. FOMC 회의에서 향후 금리 경로를 놓고 위원들 간 어떤 논의가 오갈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이날 공개된 경제 지표는 긍정적이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8월 소매판매는 7320억달러로 전월보다 0.6% 증가해 블룸버그 전망치(0.2%)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 7월 소매판매 증가율도 기존 0.5%에서 0.6%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4~5월 감소세 이후 6월부터 이어진 소비 회복세가 여전히 견조함을 보여준다.
다만 금리 인하 속도를 둘러싼 논쟁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데이비드 러셀 글로벌 시장 전략 수석은 "고용 시장이 약화되더라도 아직 소비자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지는 않다"며 "이런 수치들이 Fed가 내일 금리를 인하하는 것을 막지는 못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 기대감은 일정 부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엘렌 젠트너 매니징 디렉터는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가 좋아 보인다"며 "경제에는 좋은 소식이지만 Fed가 얼마나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고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았지만 미·중 무역 협상에 대한 기대감은 이어졌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각각의 회담이 점점 생산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중국도 무역 합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우리는 곧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11월 미·중 '관세 휴전'이 끝나기 전에 추가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며 무역 합의가 임박했다고 밝혔다. 전날 틱톡 매각 합의에 이어, 관세 휴전 연장이 아닌 실제 관세 인하 방안까지 논의 중이란 점도 시사했다.
국채 금리는 보합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수준인 4.02%,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일보다 2bp(1bp=0.01%포인트) 하락한 3.51%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종목별로는 오라클이 미·중 틱톡 매각 합의 소식에 1.5% 상승했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바이트댄스가 틱톡 미국 사업권을 매각할 경우 오라클이 유력 인수 후보라고 보도했다. 전날 시가총액 3조달러를 돌파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하락 전환해 0.18% 약세를 나타냈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대규모 주식 매입에 힘입어 전날 상승에 이어 이날도 2.82%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