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샤함·아델 앤서니 바이올리니스트 부부 '노래하듯 바이올린 연주하죠'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에서 가장 좋아하는 악장은 '너무 느리지 않게(Largo ma non tanto)'로 연주하는 2악장이다. 두 대의 바이올린이 친밀하고 지속적이면서도, 순수하고 아름다운 대화를 나누는 악장이다."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을 앞둔 바이올리니스트 아델 앤서니는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답했다. 두 대의 바이올린이 아름다운 대화를 나눈다는 그의 답변이 유독 눈에 띈 이유는 그가 이날 무대에서 남편 길 샤함과 함께 연주하기 때문이다.

길 샤함(왼쪽)과 아델 앤서니 부부 [사진 제공= 세종솔로이스츠]

길 샤함과 아델 앤서니는 세계적인 부부 바이올리니스트다. 길은 10살 때 신동 소리를 들으며 데뷔했고, 1990년 미국에서 클래식 음악 분야 가장 뛰어난 젊은 연주자에게 주는 에이버리 피셔 상을 수상했다. 아델은 1996년 카를 닐센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둘은 미국 명문 줄리어드 음악대학에서 만나 2001년 결혼했다. 둘 다 한국에서 자주 공연했지만 함께 무대에 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로의 바이올린 연주가 지닌 장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부부는 공통적으로 상대가 바이올린을 노래하듯 연주한다고 설명했다. 곡이 담고 있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능숙하다는 의미다.

"아델은 그녀만의 깊고 타고난 서정적인 연주를 가지고 있다. 바이올린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는 듯한, 가장 아름답고 표현력이 풍부한 악구를 만들어낸다. 매우 자연스럽고 유기적이어서 늘 감탄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싶은 부분이다."(길 샤함)

"길은 그야말로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로 바이올린을 노래하게 만드는 독보적인 능력이 있다. 그는 순수한 소리로 가장 큰 공연장을 꽉 채우는데 단순히 음량이 큰 것이 아니라 공연장에 있는 관객 모두와 교감하며 울림과 명료함을 전달한다."(아델 앤서니)

이번 공연에서 길 샤함의 웅장한 바이올린 선율이 특히 기대되는 이유는 그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때문이다. 길은 "이번 연주에서는 '하우프트(Haupt)'라는 이름을 가진 1719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연주한다"며 "이 바이올린은 웅장하고 풍부한 음색을 지닌 '그랜드 패턴(grand pattern)'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설명했다.

길 샤함(오른쪽)과 아델 앤서니 부부가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연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세종솔로이스츠]

부부는 예술의전당 공연에서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과 이스라엘의 현대 작곡가 아브너 도만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슬퍼할 때와 춤출 때'를 연주한다. 슬퍼할 때와 춤출 때는 도만이 부부에게 헌정한 곡으로 지난 4월 미국 카네기홀에서 부부가 처음으로 연주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아시아에서 초연된다.

두 사람의 이번 공연은 실내악 단체 세종솔로이스츠가 매년 여름 개최하는 클래식 음악 축제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중 하나다. '힉 엣 눙크!(Hic et Nunc!)'는 '여기 그리고 지금!'이라는 뜻의 라틴어다. 올해 축제는 지난 22일 개막했으며 오는 9월5일까지 예술의전당, 이화여대, 청담동 소전서림 등에서 연주회, 강연 등 10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길과 아델은 모두 세종솔로이스츠와 인연이 깊다. 길은 세종솔로이스츠를 창립한 강효 줄리어드음악원·예일대 교수의 제자이며, 아델은 세종솔로이스츠 창단 이후 12년간 리더를 맡았다. 세종솔로이스츠는 지난해 창단 30주년을 맞았다.

문화스포츠팀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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