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금융톡]기본자본 강화 나선 보험사들…방식은 대·중소형사 달라

DB손보 내달 1일 5000억원 규모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 발행
푸본현대생명 연내 7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기본자본 킥스' 규제 강화 예고에 선제대응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후순위채권 등 보완자본 위주로 자금을 조달했던 보험사들이 하반기 들어 기본자본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규제 강화를 예고하자 사전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익잉여금이 탄탄한 대형사와 그렇지 못한 중소형사의 자본조달 방식에서는 차이가 날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내달 1일 5000억원 규모의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다. 만기 30년에 5년 후 조기상환(콜옵션)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조원까지 증액하는 방안도 열어뒀다. 전날엔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AA(안정적) 등급을 부여받으며 수요예측 흥행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DB손보가 이번에 발행하는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은 금리 스텝업(Step-up) 조항이 없는 것으로 이는 보험사 최초다. 스텝업은 발행사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도록 하는 것으로 조기상환을 유도하는 장치다. 킥스 체제에선 스텝업이 붙으면 보완자본, 이를 제외하면 기본자본으로 분류된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후순위채나 스텝업이 붙은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해 보완자본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킥스를 끌어올렸다. 한국예탁결제원 통계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보험사의 후순위채 발행액은 5조2250억원에 달한다.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전체 발행액(8조6550억원)의 60%를 넘어선 수치다. 하지만 이런 자본성증권은 회계상으로만 자본일 뿐 사실상 부채와 가까워 보험사 자본의 질이 나빠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완자본이 아닌 기본자본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기본자본 킥스' 도입을 예고했다. DB손보가 기본자본 강화에 나선 배경이다. DB손보의 지난 1분기 기준 기본자본 킥스는 74%를 기록했다.

푸본현대생명은 유상증자를 통해 기본자본 강화에 나섰다. 푸본현대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연내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푸본현대의 지난 1분기 기준 기본자본 킥스는 36.6%로 업계 최저수준이다. 금융당국이 도입 예정인 기본자본 킥스 규제 권고치가 50~70%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어 수치 방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푸본현대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금융시장 리스크 확대와 강화된 자본관리 요구 대응, 지속 가능한 사업 성장을 위한 재무구조 강화 차원에서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다른 보험사들도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이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기본자본 킥스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DB손보와 같은 대형사 위주로만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은 상법상 이자를 이익잉여금 내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만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으로 이익잉여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자지급을 위해 배당가능이익을 여유롭게 남겨둘 수 있는 보험사는 일부 대형사뿐이다. 유상증자 역시 대주주의 자금 여력이 충분한 금융지주계열 보험사 위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 외 보험사들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금융부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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