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대량 구매 문제를 지적하며 인도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상당히 인상하겠다"고 4일(현지시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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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인도는 러시아산 석유를 대량 구입할 뿐만 아니라 그중 많은 부분을 공개 시장에 되팔아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러시아의 전쟁 기계에 의해 우크라이나에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지만, 인도는 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인도에 대한 관세를 상당히 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에도 인도에 대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25%의 국가별 상호관세에 더해 추가 벌칙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언은 오는 7일 상호관세 시행을 앞두고 인도와의 무역 협상이 난항을 겪자 이미 예고한 25% 관세 외에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하며 인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러시아산 석유 구매자에 대한 '2차 관세' 부과를 경고함으로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관련 휴전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압박하는 측면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오늘로부터 약 10~12일 후를 새로운 데드라인으로 정하겠다"며 향후 2주 이내에 우크라이나와 평화 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당초 9월2일로 제시했던 휴전 협상 시한을 8월9일 전후로 앞당기며 러시아에 보다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지난 2월 1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전체 원유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인도는 즉각 반발했다. 특히 인도는 중국·터키 등도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하고 있음에도 비슷한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의 형평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란디르 자이스왈 인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인도를 표적으로 삼는 것은 정당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자이스왈 대변인은 "인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무력 충돌 발발 이후 러시아산 석유 수입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표적이 돼왔다"면서 "하지만 인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충돌 이후 기존의 공급 물량이 유럽으로 향하면서 러시아로부터 석유를 수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은 "인도 소비자에게 예측 가능하고 저렴한 에너지 비용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세계 시장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미국은 계속 러시아로부터 원자력 산업을 위한 육불화우라늄과 전기차 산업을 위한 팔라듐, 비료와 화학물질을 수입한다"며 "다른 주요 경제국과 마찬가지로, 인도는 국익과 경제안보를 지키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디 총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차가워지면서 한때 '브로맨스'로 불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국 무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고, 지난 5월 인도와 파키스탄 간 무력 충돌 이후 이뤄진 휴전 중재를 둘러싼 갈등도 두 정상 간 균열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