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서율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의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만났지만, 본격적인 회의를 시작하기 전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예고한 10조원 추경안에 대해서도 견해차가 커 논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가 31일 국회에서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권성동 원내대표와 우 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2025.3.31 김현민 기자
31일 오전 10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우 의장 주재로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회동했다. 우 의장과 달리 굳은 표정의 두 원내대표는 모두발언 순서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권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를 보지도 않고 손바닥으로 가리키며 "먼저 하세요"라고 했고, 박 원내대표는 순서를 미뤘다. 결국 우 의장이 나서 박 원내대표가 먼저 발언할 것을 요청했다.
여야 회동의 핵심 주제인 10조원 규모 필수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발언을 이어갔다. 박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추경안에 대해 "알맹이 하나 없는 쭉정이"라며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에 규모도 턱없이 부족하고 그것도 여야가 취지에 동의하면 그때 가서 관계부처와 협의해서 추경 편성안을 제시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반면 권 원내대표는 "이번 추경안은 여야 쟁점이 없고 시급히 처리해야 할 예산만을 담았다"며 "이 추경을 시급히 통과한 다음에 여당과 야당이 요구하는 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전 국민 25만원 소비쿠폰 등 35조원의 추경안을, 여당은 15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시한 바 있다.
3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 일정 협의도 난항이 예상된다. 야 5당 주도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안 보고가 예정된 데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까지 탄핵하는 ‘쌍탄핵’ 가능성도 야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여당 입장에서는 야당 정치 시나리오에 보조를 맞출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본회의 일정은 또 하나의 대치 전선이 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하는 일체 행위를 중단하시고 헌정질서 수호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쌍탄핵 같은 얘기가 나오는데 이성을 상실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면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추천 철회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