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기자
강원도 원주시에서 네일 아트숍을 운영하는 이모씨(29)는 요즘 예약 당일 자취를 감추는 손님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씨의 가게는 사전에 정액권을 결제한 뒤 시술 금액에 따라 비용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일부 손님들이 시술 당일 예약을 취소하면서 손해를 보는 횟수가 잦아지기 시작했다.
미용업계가 예약 후 가게를 찾지 않는 노쇼(no-show·예약 부도)족으로 인해 시름하고 있다. 정부가 수년 전 마련한 예약금 규정도 법적 강제성이 없는 데다 업종별 다양한 노쇼 상황을 포함하지 못해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용실과 병원, 음식점 등 5대 서비스 업종이 노쇼로 입은 매출 손실은 연간 4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약 취소로 발생한 고용 손실도 연간 10만8000명에 달했다.
특히 서비스 업종 가운데서도 예약제 형태로 운영되는 미용업계는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경기도 이천시에서 1인 미용실을 운영 중인 김모씨(30)도 지난해 11월 노쇼로 인해 월 매출 기준 약 50만원을 손해 봤다. 펌과 매직 시술을 예약한 고객 3명이 가게를 찾지 않아서다. 김씨는 "펌이나 염색은 장시간이 소요되기에 고객 1명을 위해 수 시간을 비워둬야 한다"며 "갑작스레 손님이 예약을 취소하면 비워둔 시간만큼의 매출이 사라지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도입한 예약금 제도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정위가 2018년 개정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소비자가 예약시간 1시간 전까지 취소하지 않을 경우 이용금액의 10% 이내를 위약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분쟁당사자 간 별도의 계약 사항이 없을 때 참고할 권고 기준일 뿐 법적 강제성은 없다.
이에 고객이 위약금 환불을 강하게 요구할 경우 업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환불을 해줄 수밖에 없다. 네일 아트숍 업주 이씨는 "예약 취소 시 정액권에서 예약금을 차감하라던 고객들이 며칠 뒤 입장을 바꿔 환불을 요구한다"며 " 동네 장사인 만큼 가게 이미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환불을 해줬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는 다양한 업종별 특성을 반영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외식업과 미용업계 등 자영업별로 영업 형태가 다르기에 노쇼와 관련된 소비자분쟁 해결 규정을 세밀하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업주들도 자영업자 협회를 통해 예약금 반환 규정에 대한 홍보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