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준기자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육로를 폭파한 데 이어 개성공단 전력 공급을 위해 남측이 지어줬던 송전탑까지 철거하려는 것으로 파악됐다. 남과 북이 교전 상태에 있다는 '두 국가론' 선언 이후 양측의 연결을 단절하려는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26일 군 당국에 따르면 복수의 북한 군인들이 지난 24일부터 경의선 주변 송전탑에 올라가 일부 송전선을 절단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의 움직임에 대해 "송전탑을 철거하기 위한 작업의 일부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남측과 연결됐던) 북한에 있는 첫 번째 송전탑에 있는 선을 잘랐고, 끊은 선들은 송전탑 밑에 쌓아뒀다"며 북한이 송전탑까지 철거에 나설지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탑 형태의 송전탑은 지난달 15일 북한이 폭파한 군사분계선(MDL) 바로 북측 지점부터 개성공단까지 수백 m 간격으로 지어져 있다. 남측 문산에서 북한 평화변전소로 이어지는 송전 구간에만 철탑 48기가 있고, 북측에는 총 15기가 있다. 한국전력이 건설한 이들 송전설비는 2006년 12월 연결 이후 개성공단에 전기를 공급해왔지만,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남북 관계가 해빙기를 맞았을 때 전력 공급이 일부 재개되기도 했지만, 2020년 6월 북한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하면서 다시 끊겼다.
송전탑 철거 움직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두 국가론'을 선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은 올해 1월 남북 관계는 더 이상 동족이 아니라면서 '적대적인 두 국가'이자 '교전 중인 상태'라고 규정했다. 이후 북한 당국은 올해 3월 경의선·동해선 도로 가로등을 철거했고, 5월에는 철로 침목을 제거했다. 이어 지난 10월에는 아예 도로 연결구간까지 폭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