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길기자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자기주식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진행 중인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가 최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여러 차례 경영권 분쟁에서 모두 패배한 박 전 상무가 포기하지 않고 논란을 이어가는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박 전 상무는 지난 18일 서울고등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고 법적 다툼을 끝까지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박 전 상무는 앞서 열린 1, 2심에서 모두 패한 바 있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박 전 상무는 금호그룹 창업주 박인천의 2남인 고 박정구 전 회장의 아들이자 금호석화 개인 최대주주(9.51%)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는 ‘삼촌-조카’ 사이다. 현재 박 회장의 지분은 7.46%이며 아들 박준경 사장과 딸 박주형 부사장이 각각 7.99%, 1.09%를 보유 중이다.
박 전 상무가 2차례 패소에도 불구하고 최종심까지 밀어붙이는 건 자신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를 어필하려는 의도라는 게 재계 안팎의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 전 상무가 개인 최대주주지만, 현재 상황에서 경영권을 확보하거나 이사회를 장악하기는 어렵다"면서 "회사 안팎에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켜 향후 장기적으로 유리한 조건에 지분을 팔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박 전 상무 측은 금호석화 쪽에 지분 매각 의사를 전달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촌과 조카의 법정 싸움은 지난 2022년 6월 시작됐다. 금호석화 자회사인 금호피앤비화학과 OCI그룹 말레이시아 법인인 OCIMSB는 2021년 12월 친환경 바이오 에피클로로히드린(ECH) 합작법인 OCI금호 설립을 확정하고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31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상호 교환했다. 당시 금호석화 보통주 17만1847주와 OCI 보통주 29만8900주를 맞바꿨다.
박 전 상무측은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OCI그룹 측에 자기주식을 처분한 것은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다음해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그러나 박 전 상무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박 전 상무 등이 금호석화를 당사자로 하는 법률행위인 자기주식 처분행위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린 것이다. 각하란 소송 신청이 절차적 요건을 구비하지 못했을 경우 내리는 결정으로 박 전 상무가 적격성이 없다고 본 셈이다. 지난달 말에 나온 2심 판결도 같은 결론이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한편 박 전 상무는 지난 2021, 2022년과 올해 모두 세차례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분쟁을 벌였지만 모두 실패했다. 지난 3월 주총에서는 차파트너스에 주주제안권을 위임하고 자사주 전량 소각 등 요구했지만, 상당한 표 차이로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