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APEC·G20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트럼프 '깜짝회동' 이뤄질까

美 트럼프 당선인 만남 추진
15일 한미일 정상회의서 협력 재확인
시진핑 中 국가주석·이시바 일본 총리와 회담
"외교 지평과 실질 협력 중남미로 확대"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4∼21일 페루와 브라질에서 각각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4일 출국한다. 이번 순방 기간에는 한미일 정상이 만나 정권교체기 이후 협력 진전 방안을 논의하고, 한중·한일 양자 회담을 진행한다.

특히 윤 대통령은 순방 말미,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경제·산업계 우려가 증폭된 상황에서 조기 만남이 성사될 경우 '트럼프 2기' 대비를 위한 초석 마련 차원에서 의미가 클 전망이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안보 불안감이 커지고, 국정 지지율이 최저치를 경신해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글로벌 외교 강화를 통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한미일 정상회의 15일 페루서·…협력 제도화 추진

대통령실은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기간에 한국, 미국, 일본 정상이 만나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의는 윤 대통령과 퇴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 최근 취임한 이시바 총리가 함께하는 정상회의"라며 "3국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일은 미 바이든 대통령 임기 완료 전 3국 정상이 모여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지속해서 논의해 왔으며, APEC 기간 만나 협력을 확인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해 8월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한 3국 정상은 바이든 대통령 퇴임 전 15개월 만에 다시 만나 '캠프 데이비드 선언' 계승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가 지난 2023년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위해 오솔길을 함께 걷는 모습. 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현지 시각)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이시바 일본 총리와 만나 역사적인 3국 협력을 기념하고, 우리가 이룬 진전을 제도화함으로써 정권교체기 이후로도 (3국 협력이) 진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의 중요성을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순방의 최대 관심사는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 성사 여부다. 현재 대통령실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을 위한 막판 조율을 추진 중이며, 성사 시 21일로 예정된 귀국 일정에도 변동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은 골프 애호가인 트럼프 당선인과의 관계 증진을 위해 골프를 시작, 연습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이번 순방 기간에 골프 회동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차기 만남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연습이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과) 대화가 이어지려면 우리 대통령도 공이 제대로 맞아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연습을 시작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진핑 中 국가주석과 양자 회담 추진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 회담을 추진한다. 한·중 정상회담은 2022년 11월 후 2년 만으로 트럼프 2기를 맞아 글로벌 정세의 대변화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대중 관계 새 판짜기를 위한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트럼프가 대중 강경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데다, 북한 문제 대응 등 첨예한 이슈가 맞물려 있어 이번 만남을 통해 향후 대중 관계를 위한 전략적인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특별한 의제보다는 큰 틀에서 양국 간 협력에 관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순방에서 윤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양자 회담도 진행한다. 윤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양자 회담은 지난달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계기로 성사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교도통신은 이시바 총리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6일 페루에서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오전 APEC 정상회의 첫 세션에서 내년 APEC 의장국 정상으로서 연설하고, 대한민국이 자유롭고 안정적인 무역 투자환경 조성을 위한 논의에 앞장설 것임을 강조할 전망이다. 이후 'APEC 기업인 자문위원회와의 대화', 'CEO 서밋'에 참석할 예정이다.

16일에는 APEC 정상들이 친목을 다지는 '리트리트' 행사에 참여하고,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페루 공식 방문 일정을 시작한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중남미 국가를 방문해 개별 양자 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과 페루 대통령은 우리 기업이 페루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있는 선박에 부착할 명판에 함께 서명하는 기념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페루와 방산·광물·관광·ICT MOU 체결

특히 중남미 핵심 우방국인 페루와는 방산을 비롯해 핵심 광물, 관광, 정보통신기술(ICT) 등 분야를 중심으로 다수의 협력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페루는 남미국가 중 칠레에 이어 두 번째로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라며 "생산량 기준 구리 세계 2위, 아연 세계 2위, 올리브덴 3위 등 광물 자원 부국으로 상호 보완적인 경제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7일에는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이동한다. 윤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첫날인 18일 '글로벌 기아 빈곤 퇴치 연합 출범식'에 참석해 사회적 빈곤과 기아 퇴치를 위한 세션에서 구체적인 기여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식량 원조 사업 확대와 같은 방향을 발표하고, 기아와 빈곤의 근본 타개책으로서 개도국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범 G20 차원의 노력을 촉구할 계획이다. 19일에는 '지속 가능한 개발과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한 세션에서 기후 위기 극복과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제 협력을 제안하며,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한 건설적 기여 의지를 표명할 방침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 통해 개발 도상국과 선진국 연결하는 가교로서 국제사회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가 지켜져야 한다는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라며 "순방 기간 베트남·멕시코·브루나이·일본을 포함한 다수의 국가와 양자 회담을 갖고 다양한 실질 협력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순방에는 부인 김건희 여사는 동행하지 않는다.

정치부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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