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기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2024 미국 대선에서 다시 한번 당선되면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던 이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사실상 패닉이다. 민주당과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뿐만 아니라 해리스를 셀럽도 절망에 빠졌다.
해리스를 공개 지지했던 래퍼 카디비는 선거가 끝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괴로워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배우 제이미 리 커터스도 "누군가에게는 두려운 시대로 확실한 복귀를 의미한다"며 "많은 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하고 거부당할 것을 두려워한다"고 적었다.
이번 선거를 여성의 권리와 재생산의 자유가 걸린 것으로 생각했던 일부 여성들은 ‘4B’라는 한국의 급진적 페미니즘 운동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4B(비·非)’ 운동이란 ‘비연애·비성관계·비혼·비출산’을 추구하는 움직임이다.
대선은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 극도의 긴장 속에서 치러진다. 이 때문에 선거 이후 일부 사람들은 불안, 우울증, 두통 등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이상신호가 온다. 미국에서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빗대 선거(election) 후 스트레스 장애(PESD)로 부른다. 이 용어는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인기를 끌었고 2020년 미국 대선 내내 계속 논의됐다.
선거 후 스트레스는 중요한 정치 선거가 끝난 후 절망감이나 두려움을 특징으로 하는 불안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2020년 대선 이후 미국의 한 설문조사를 보면 미국 성인의 68%가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대통령 선거가 자신의 삶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초래했다고 느꼈다. PESD는 대선 이후에 자주 발생하지만 개인이 정서적으로 투자했다고 느끼는 다른 모든 선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정치에 관심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스트레스를 경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대신, 양극화된 관점과 정치적 신념에 개인의 빈번한 연결로 특징지어지는 정치적 기후의 변화 때문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선거 결과를 개인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 결과가 해당 국가의 법률 변경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선거 후 스트레스가 이전보다 더 커지는 데에는 여러 요소가 있다. 우선 실시간으로 선거 관련 소식을 전하고 사실과 가짜가 난무하는 소셜미디어와 24시간 뉴스가 스트레스를 준다. 또한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개인이라도 친구, 가족, 동료가 직장, 집, 학교에서 자신의 생각을 토론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은 정치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가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과도 연관된다.
정신건강 전문 사이트 베터헬프는 "코로나19 팬데믹, 의료, 인종 차별, 경제 위기, 기후 변화, 트랜스젠더 권리와 관련된 법률이 뉴스의 최전선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국가 뉴스에 계속 연결되는 것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치 있는 일이지만 이러한 연결과 매일 일어나는 사건을 따르는 것은 개인의 심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베테헐프는 선거 후 스트레스장애의 증상으로 ▲절망감 ▲끊임없는 걱정 ▲건망증 ▲심장 두근거림 ▲과도한 발한 ▲배탈 ▲두통 ▲에너지 부족 ▲불면증 ▲신경질 ▲이명 ▲근육통 등을 제시하며 이들 증상 중 하나가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의사와 상담하라고 조언한다.
선거 후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거 관련된 소셜미디어나 뉴스를 잠시 중단하고 하루나 이틀 쉬는 게 좋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해 무력감을 느낀다면 지역 정치 활동에 참여하거나 정치 기관에 자원 봉사함으로써 위안을 찾을 수 있다. 공직에 출마할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가장 강력하게 생각하는 문제와 관련된 풀뿌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요가, 명상 또는 마음챙김도 좋다. 명상 수행을 안내할 수 있는 앱을 활용해도 좋다. 밤에 잠들기 전이든, 직장이나 학교 전 아침이든 언제든지 명상 수련을 시도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