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믿었던 대장주의 배신

삼성전자 주가 부진 지속…8월 이후 29% 넘게 하락
주가 급락에 저가 매수 나선 개미…빚투도 늘어
주가 하락 요인 해결 안된 상황에서 섣부른 빚투는 삼가야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연일 신저가를 갈아치우더니 결국 '5만전자'로 내려앉았고 지난 23일에는 장중 5만7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현 주가는 지난 7월 장중 기록한 고점 8만8800원 대비 33% 넘게 하락한 상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올해는 '10만전자'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개미들의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소액주주 수는 약 425만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총 발행 주식 수의 67%를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다. 말그대로 국민주다. 또한 삼성전자는 국내 증시 대장주이기도 하다.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가 넘는다. 2위 SK하이닉스 비중이 6%대라는 것을 감안할 때 압도적인 수준이다.

국민주이자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흔들리니 여기저기 아우성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삼성전자 얘기다. 8만원대에서 샀는데 6만원 아래로 떨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얘기부터 매달 월급을 받으면 일정 금액을 정해놓고 꼬박꼬박 삼성전자를 샀는데 그냥 예금을 할 걸 그랬다는 푸념도 나온다. 부모님이 노후 자금의 대부분을 삼성전자에 쏟아부었는데 요즘 한숨만 쉬신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럼에도 개미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믿음을 여전히 저버리지 못한 듯 보인다. 외국인이 지난달 3일부터 이달 23일까지 31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도하며 역대 최장 순매도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는데 개인들은 외국인이 팔아치운 물량을 대부분 받아내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1조900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같은 시기 개인은 11조4000억원을 사들였다. 주가 하락을 싸게 살 수 있는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도 늘었다. 삼성전자 신용융자잔고는 이달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신용융자잔고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으로, 잔고가 많을수록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8월만 해도 6000억원 근처였던 삼성전자의 신용융자잔고는 9월 이후 빠르게 늘었고 이달 14일에는 1조567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개미들 사이에서는 '오보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오보사란 삼성전자 주가 맨 앞자리에 5가 보이면 사라는 의미다.

개미들의 삼성전자 저가 매수는 이미 경험한 것이기도 하다. 앞서 2020년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를 방어했는데 소위 '동학개미운동'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에 폭락이 나타났던 2020년 3월 삼성전자는 5만원선이 무너지며 '4만전자'가 됐지만 이후 개미들의 적극적인 매수에 힘입어 그해 연말에는 8만원을 돌파했다. 그해 3월부터 연말까지 개인은 삼성전자를 6조7000억원가량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2조7000억원, 기관은 4조3000억원을 팔아치웠는데 외국인과 기관이 던진 물량 대부분을 개인이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어쩌면 이때 경험이 현재 개미들이 빚투에 뛰어드는 배경이 됐을 수도 있다. 수급 상황으로 보면 비슷할 수 있지만 주가 하락 요인은 다르기 때문에 당시처럼 삼성전자가 주가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미들의 빚투가 우려되는 이유다. 당시에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며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폭락했던 것이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하락은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중요성이 부각된 고대역폭메모리(HBM) 밸류체인에서 소외됐을 뿐 아니라 올해 3분기 실적 쇼크까지 이어지는 등 내부적 문제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역사적 저평가 수준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이를 야기한 요인에 대한 해결 시점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 섣불리 저가 매수에 나섰다가 오히려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증권자본시장부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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