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한 아파트 입주민이 내건 '흡연 양해 부탁' 쪽지가 층간 흡연 갈등 논란을 재점화하고 있다. 이 입주민은 거동이 불편한 늙은 아버지가 공동주택 실내에서 흡연하는 것을 양해해 달라며 이웃들에게 부탁했는데, 이런 불편을 감수하는 게 정당하냐는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한 아파트 입주민이 쓴 쪽지 내용이 공개됐다. 쪽지에서 입주민 A씨는 "97세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자식"이라며 "아버님이 거동이 불편하셔 외출을 못 하시는 관계로 부득이하게 실내에서 흡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웃에 폐를 끼쳐 죄송하다"면서도 "내 부모님이라면 어떨까 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넓은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글을 접한 누리꾼 사이에선 논란이 커졌다. 일각에선 민폐를 무릅쓰고 이런 쪽지를 내건 입주민의 심정이 이해 간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대다수의 누리꾼은 "왜 다수가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거냐"는 반응을 내놨다.
한 누리꾼은 "역지사지라는 건 내 상황만큼 남의 입장도 이해해준다는 뜻 아닌가"라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때문에 영유아를 둔 가정이 피해를 보면 그건 어떻게 할 거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층간 흡연 갈등은 최근 들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한 아파트 주민이 주택 내 실내 흡연자들을 향해 '경고문'을 쓴 일이 알려지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이 주민은 층간 흡연 문제로 다투던 이웃 중 한 명이 살해당한 기사 내용 이미지를 A4 용지에 인쇄한 뒤, 큰 글자로 "다음엔 너야"라는 글을 써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부착했다.
누리꾼들은 "경찰에 신고하면 살해 협박이다"라며 해당 주민을 규탄하면서도, "오죽하면 이런 인쇄물을 만들었겠나", "이런 말이 나올 정도라면 멈춰야 하지 않나" 등 일부 취지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연도별 층간소음·층간 흡연 민원 현황'에 따르면, 2020년 2만9291건이었던 흡연 민원 건수는 2년 뒤인 2022년엔 3만5148건으로 늘었다. 2년간 약 20% 누적 증가한 셈이다.
현행법상 층간 흡연 문제는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2는 '입주자는 발코니, 화장실 등 세대 내에서의 흡연으로 인해 다른 입주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해당 규정은 어디까지나 관리사무소 등에서 입주민에 흡연 중단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며, 강제로 중단할 권한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