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에 누명 벗은 '최장기 복역 사형수'…91세 누나가 입증위해 싸웠다 [일본人사이드]

회사 전무 일가 사망사건…'전직 프로복서' 이유로 체포
폭행으로 자백 받아낸 경찰…사형 판결로 48년 투옥
10년 걸린 재심…누명 벗으니 91세·88세

이번 주 일본에는 자민당 총재 선거 등 주목할 만한 뉴스가 많았습니다. 그중 일본 안팎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 키워드는 바로 '재심'입니다. 세계 최장 복역 사형수로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하카마다 이와오씨가 지난 26일 무죄판결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48년간 사형수로 장기 복역을 하고, 무죄를 받아 혐의를 벗은 뒤의 그의 나이는 88세. 일본 내에서도 큰 충격이 일었습니다.

전직 프로 복서에서 48년 동안의 옥살이, 그리고 무죄를 받은 그의 안타까운 사연에 전 세계 외신이 주목했는데요. 그러나 이번 무죄 입증에는 반평생을 동생을 위해 싸워 온 91세 그의 누나가 있습니다. '살인자 누나'라는 말을 들어가면서 옥살이와 재판, 지금의 언론 대응까지 모두 나서고 있는데요. 하카마다 이와오씨가 오랜 복역생활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언론이 하카마다 이와오씨를 주목했으니, 이번 주는 그런 동생을 위해 반평생을 싸워온 조력자, 하카마 히데코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하카마다 이와오(왼쪽)씨와 누나 히데코씨.(사진출처=NHK)

먼저 동생 이와오씨는 원래 전직 복서였는데, 1966년 자신이 일하던 시즈오카현 시마다시 된장 공장에서 전무 일가 4명을 살해하고 방화했다는 이른바 '시마다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기소됐습니다. 해당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던데다 전직 프로 복서였고 알리바이가 없어 수사 대상에 올랐던 것인데요. 경찰은 당시 경찰은 현장 인근에서 하카마다의 혈흔이 묻은 의류 5점이 발견됐다며 그를 범인으로 특정했습니다.

그러나 재판에서 이와오씨는 경찰의 폭행 등 강압적인 심문으로 허위 자백을 했고, 무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는 인정되지 않아 이와오씨는 1968년 9월 지법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1980년 12월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이후 48년간 투옥됐는데요.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최장 복역 사형수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와오씨가 프로복서로 활동하던 시기의 모습.(사진출처=NHK)

이후 하카마다씨는 사형과 구금에 대한 공포로 망상 장애를 겪었다고 합니다. 밥을 우유로 한 알씩 씻어 먹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는데요. 그런 동생의 재심을 맡기로 결심한 것은 누나 히데코씨입니다.

누나인 히데코씨는 어릴 적부터 막내 이와오씨를 살뜰히 챙겼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할 때는 직접 나가 싸워주기도 했고, 복싱 선수로 경기를 할 때는 일하다가도 경기장에 달려가 응원했다고 하네요. 그런 동생이었지만 누명을 쓰고 투옥된 뒤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게 됩니다. 현지에서는 거리를 걷기만 해도 사람들이 '살인자 누나'라며 수군댔고, 사건 전에 알고 있던 지인들조차 연락이 끊겼다는데요.

이와오씨의 정신 건강이 계속 안 좋아지면서 '나는 누나가 없다', '면회는 천국에 가서'라는 이유로 면회를 거부하고, 10년 넘게 면회를 거부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히데코씨는 매달 편도 3시간에 걸쳐 도쿄에 있는 구치소에 동생을 보러 다녔다고 합니다.

그리고 2008년 재심 청구심을 제기하기로 합니다. 3살 많은 누나가 이 과정을 대리하기로 했죠. 그리고 2014년 3월 재심 개시 결정을 통해 이와오씨는 석방됩니다. 47년 7개월간의 옥살이였죠.

그러나 여전히 '사형수'라는 신분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후 10여년간 총 15차례 열린 재심을 통해 지난 26일 드디어 무죄를 선고받게 됩니다. 재판부는 이전 재판에는 조작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먼저 자백 조서의 경우 폭행 등을 통해 얻어낸 것이고, 하카마다씨의 혈흔이 묻었다는 의류 5점도 체포되고 1년이 지나 갑자기 발견된데다 5점의 의류 발견된 혈흔이 묻은 의류 5점은 수

현재 이와오씨의 모습.(사진출처=NHK)

자백을 인정하는 조서는 수사기관이 조작한 것이며, 유죄의 결정적인 수단으로 여겨졌던 혈흔이 묻은 의류도 관련없다로 결론이 났는데요. 사건 당시로부터 1년 뒤에 발견됐을 것이니 혈흔은 변했을 것인데, 당시 사진으로 보면 색깔이 전혀 달라 꼭 누가 일부러 묻혀 넣은 것 같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역시 수사기관의 조작 가능성이 입증됐습니다.

변호인단은 "이와오씨가 58년간 사형수로 살며 부조리한 나날을 보낸 이유는 수사기관 때문"이라며 "수사기관의 비리를 확실히 인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고, 검찰에는 "즉각 이와오씨에게 사과하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이와오씨는 재심 과정 중에도 의사소통이 아예 어려워 출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누나 히데코씨가 15회 재심 심리 모두 참석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심리에서는 "이와오는 47년 7개월간 투옥돼 있었다. 석방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구금의 후유증으로 망상의 세계에 있다"며 "석방 후 회복됐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58년간 싸워왔다. 저도 91살이고 남동생은 88살이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동생 이와오를 인간답게 지내도록 부탁드린다"고 호소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재판에 나서는 누나 히데코씨.(사진출처=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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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세 누나가 88세의 동생의 무죄를 증명한 날. 히데코씨는 기자회견장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회견장에는 이와오씨를 위해 맞서 싸우던 변호인단 중 30여년간 사건을 맡다가 숙환으로 별세한 분의 영정도 함께했는데요. 정말 길고 긴 시간이었습니다.

히데코씨는 이와오씨에게 언제 무죄 선고 소식을 전할 것인가에 대해서 "오늘 밤 일어나 있으면 오늘 이야기하고, 안색을 보고 오늘이나 내일은 말해야겠다"고 했는데요. 지금쯤이면 이와오씨도 무죄 소식을 접했을 것 같네요.

사실 이번 사건은 일본에서도 여러 가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이 여전히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공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사형이 집행됐으면 어떻게 할 뻔했느냐는 지적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죠. 소중한 인생의 나날을 빼앗긴 이와오씨에 대해 안타깝다는 여론이 큰데요. 모쪼록 히데코씨와 이와오씨의 여생은 편안하기를 바랍니다.

기획취재부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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