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포기하는 사우디...증산 전망에 WTI 2.9% 급락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증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26일(현지시간) 급락했다. 사우디는 오는 12월 초부터 생산량 감축 조치를 해제하는 한편 '배럴당 100달러'라는 비공식 유가 목표치 또한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산에 따른 유가 하락세가 나타나더라도 일단 지켜보겠다는 메시지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02달러(2.90%) 급락한 배럴당 67.6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ICE 선물 거래소에서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1월 인도분 종가 역시 배럴당 71.60달러로 전장 대비 1.86달러(2.53%) 떨어졌다.

이는 사우디 등 산유국의 증산 전망에 따른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오는 12월부터 다시 증산에 나설 예정이다. 한 소식통은 "사우디 정부는 유가가 장기간 하락하더라도 예정대로 12월1일부터 생산 감축 조치를 해제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배럴당 100달러라는 비공식 유가 목표를 포기할 준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OPEC+'는 2022년 이후 장기간 이어져 온 생산량 감축 조치를 오는 10월부터 해제할 예정이었으나 앞서 2개월 연장한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는 예산 수지를 맞추기 위해 배럴당 100달러 수준의 유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증산으로 인해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다른 산유국에 시장 점유율을 계속 빼앗길 수 없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대신 사우디는 외환 보유고를 활용하거나 국채 발행 등 대체 자금 조달 옵션을 검토 중이다. 현재 사우디의 원유 생산 규모는 2011년 이후 최저 수준인 일 890만배럴 상당이다.

이와 함께 내정 갈등을 겪는 리비아의 석유 생산 차질이 조기에 해결될 기미를 보인 것도 공급 확대 기대감을 더하며 이날 유가 하락세로 이어졌다. 리비아 동부 지역과 서부 지역을 각각 장악한 두 독립 정부는 갈등의 주된 배경이 됐던 리비아 중앙은행 총재의 임명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IG의 토니 시카모어 시장 분석가는 "리비아가 석유 공급을 재개할 가능성이 커진 데다 사우디마저 공급 증가로 유가 목표치를 낮추게 됐다는 소식에 원유 시장의 기세가 꺾였다"고 전했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원자재 애널리스트 역시 "리비아와 사우디의 증산 전망이 최근 유가 약세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에버코어ISI는 올해 말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85달러에서 75달러로 낮췄다. 내년 전망치 역시 배럴당 80달러에서 70달러로 하향했다.

국제부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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