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고물가·바가지' 논란에 시달렸던 제주도가 1000만 관광객 기록을 조기 돌파하며 '관광 제주'의 지위를 굳혔다.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분출하며 관광객들이 외면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추석 연휴 기간 해외여행 대신 제주도를 찾는 내국인이 많았고, 중국인 방문객이 500% 이상 급증하면서 지난해보다 빨리 1000만 관광객 기록을 돌파할 수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 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제주도 입도 관광객(잠정)은 지난 19일 기준 1008만4939명을 기록했다. 내국인은 866만9536명, 외국인은 141만5403명이다. 제주도가 1000만 관광객을 돌파한 것은 지난 17일로, 지난해 보다 12일 빠르게 관광객 1000만명 목표를 달성했다.
사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제주도 관광 분위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내국인 관광객 입도현황을 보면 올해 1~8월 전년 동월보다 관광객 수가 작게는 2%, 많게는 13% 가량 감소했다. 제주도 '바가지 가격' 논란이 커지며 국내 관광객의 원성을 샀고 '관광 제주' 입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하지만 추석 연휴 기간 내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돌리는데 성공하면서 9월 방문객이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추석 연휴 기간과 맞물렸던 이달 12~18일 기간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총 30만5454명(잠정)으로, 당초 예상치(29만7000명)를 넘어섰다. 제주도가 바가지 논란에 대응해 관광 환경 개선을 위한 제주관광혁신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제주관광 불편신고센터를 출범시키는 등 노력을 기울인 것이 내국인 관광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도를 찾는 중국이 관광객이 늘어난 것 역시 분위기 반전에 영향을 끼쳤다. 7월 중국인 관광객은 82만7942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110만3691명) 중 75%를 차지했다. 지난해(12만9881명)보다는 537.5% 급증했다. 홍콩(281.5%), 인도네시아(205.4), 대만(123.9%), 미국(56.5%) 등의 관광객 증가세와 비교할 때 차이가 크다. 전체 방한 관광객 중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비중도 2018년 8%, 2019년 9.9%에서, 올해 1~7월 12.1%까지 늘었다.
중국인들이 제주도 관광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무사증은 외국인 방문객이 30일간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한국에서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지역은 제주도가 유일하다. 또 정저우, 칭다오, 광저우 등 중국 지역에서 제주도로 향하는 직항 노선이 열려있어 단거리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정저우에서는 2시간30분, 칭다오에서는 1시간30분가량 소요된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관광 인프라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도에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한라산, 성산일출봉부터 각종 박물관, 테마파크 등 대형 관광지가 즐비하다. 최근엔 우도의 에메랄드빛 바다에 백사장의 조화로운 풍경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동양의 몰디브'로 불리며 사랑받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에 편의를 제공한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제주도는 지난 8월부터 도내 모든 버스에 QR코드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결제는 계좌 기반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제로페이가 중개 역할을 하는데, 제로페이는 중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결제 앱과 연동돼있다. 중국인들이 평소 이용하는 자국 결제 수단을 이용해 간편하게 제주 버스 요금을 지불할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