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이기자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인한 의료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의과대학 교육 여건 개선에 약 5조원을 투입하겠다며 유화책을 제시했다. 정부가 의대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대 의대 시설을 확충하고 국립대병원을 지역의 필수의료 거점 기관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투자를 강화한다.
교육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2030년까지 약 5조원 이상의 국고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국립대 의대 시설 확충(1432억원) ▲국립대 의대 기자재 확충(76억원) ▲사립의대 교육환경 개선 자금 융자(1728억원) ▲의대 교육혁신 지원(552억원) ▲국립대 의대 교수 인건비 지원(1445억원) ▲국립대병원 지원(829억원) 등에 약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권역책임의료기관 개선 지원(812억원) ▲지역의료연구역량 강화(110억원) ▲한국형 ARPA-H 프로젝트(701억원) ▲의사과학자 지원(867억원) ▲전공의 수련교육 비용 지원(3089억원) 등에 약 3조원을 투자한다.
우선 정부는 의대의 교원, 시설, 교육기자재 확충 및 개선을 추진한다. 또 실험·실습 기자재를 단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국립대 의대 교수를 내년부터 3년간 1000명 증원한다. 규모는 내년 330명, 2026년 400명, 2027년 270명가량이다. 사립대 의대 또한 자체적인 교수 확충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도록 한다.
국립대병원 등 대학병원을 지역·필수의료 거점 기관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재정 투자도 강화한다. 이와 함께 국립대병원 관리 부처를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하기 위한 법률 개정도 추진한다. 국립대병원에 대한 총액인건비와 총 정원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기타공공기관 지정 예외도 추진한다.
학생·전공의 등이 실제 병원과 유사한 환경에서 모의실습 중심의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는 임상교육훈련센터를 2028년까지 모든 국립대병원에 건립할 계획이다. 국립대병원 내 교육 공간을 확충하고, 병원 기반시설 현대화 등 학생 실습 여건을 개선한다.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활용해 지역 정주 의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선순환 체계를 확립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비수도권 의대 26개교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지역인재전형 특화모델을 개발한다. 또 지역 내 실습교육 확대 등 지역사회 연계 교육과정을 강화한다.
특히 정부는 551억5000만원 규모로 의대 교육혁신 지원에 나선다. 정부는 향후 의대와 별도의 협의체 구성을 통해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학교별로 제출한 계획을 심사를 거쳐 차등 지원을 하는 방식이다.
지역 수련병원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지역에 전공의 배정도 확대한다. 내년부터 비수도권의 전공의 배정 비중을 현 45%에서 50%로 상향하는 것도 검토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 상급종합병원과 진료협력병원의 협력 관계망을 기반으로 하는 다기관 협력 수련 시범사업을 도입한다.
아울러 내년부터 전문의 대상 '계약형 필수의사제'를 도입한다. 4개 지역, 8개 진료과목 전문의 96명을 대상으로 월 400만원의 지역 근무수당을 지원한다. 지역 의대생이 전문의 자격 취득 이후에도 지역에 정착하도록 하기 위한 경제적·비경제적 지원책도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후속 과제로 집중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2025년, 2026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단호히 맞서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2026년 의대 증원 0명을 논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추후에 만약에 증원 규모의 변동이 있다면 여러 부처와도 협의하고 대학과도 상의해서 그때 종합적으로 그런 여건들을 고려해서 잘 판단해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또 최 실장은 "의대에 이렇게 재정을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며 "이 어려운 기회를 잘 오히려 교육 개선의 기회로 삼고자 예산 확보를 열심히 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